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 10일 화상으로 첫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 목표가 대중 견제 포위망 완성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청국에 대만이 포함되자 중국은 “불장난을 하면 끝내 제가 지른 불에 타죽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제53차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한 뒤 2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2021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지난 10월에 대만해협에서 격랑이 일었다. 10월 1~4일 149대의 중국 공군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안방 드나들 듯하며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쟁급 항공 무력시위를 벌였다. 10월 2, 3일엔 중국에서 멀지 않은 필리핀해와 오키나와 남서부 해역에서 미국·영국·일본·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 등 6개국 해군이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실현’을 이유로 합동훈련을 했다.
한국은 지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논의는 더 진전되지 않는다는 외교가 전언이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큰 틀 안에서 양안 갈등과 한반도 위기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5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가 대만을 방어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 괌에서 중국을 저지하는 우리 능력은 어떻게 될까”(릭 스콧 상원의원), “중국이 대만 침공을 시도하면 북한은 도발 기회로 삼을까”(조시 홀리 상원의원),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고 군대를 주둔시키면 미군이 북한을 저지하고 한반도를 방어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조시 홀리 상원의원). 모두 한국이 고민해 답을 구해야 할 문제들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근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양동작전으로는 대만과 우크라이나에서 동시에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적으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전 마오쩌둥이 스탈린과 만나기 바로 전에 김일성은 남한을 침공하는 데 동의해 달라고 마오쩌둥과 스탈린을 각각 설득하면서 자신이 단 28일 만에 한국을 점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자 마오쩌둥은 그 자리에서 김일성에게 남한을 점령하는 계획은 중국이 대만을 정복한 후에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탈린의 판단에 따라 6·25전쟁이 발발하고 대만은 무력충돌을 피하게 되었다.
6·25전쟁 이후 한국과 대만은 모두 고난과 항쟁을 거쳐 괄목할 만한 역사적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년 가까이 잊혔던 대만이 갑작스레 대한민국의 안보 영역으로 진입했다. 1992년 한중 수교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면서 대만과의 공식 외교관계는 단절됐는데 5·21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대만 평화가 위협받을 때 한미가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맹의 영역이 대만으로까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이 대만을 한일 방어와 묶어서 보는 추세가 뚜렷하다. 라캐머러는 ‘인준이 되면 상황 점검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왜 미일 공동성명과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을 넣었는지 이유가 드러난다. 한일이 대만 방어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의 우리에 대한 메시지는 명심할 만하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 가치 동맹’ 참여에 소극적인 걸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첨단기술 선진국인 대만과 일본이 바로 옆에 있음을 잊지 말라. 공통점이 많은 한국과 대만,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교류하는 ‘황금의 3각 동맹’을 구축해 함께 번영과 혁신을 지속했으면 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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