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숲은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야!”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에서 눈사람 올라프가 공주 안나에게 한 말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마법의 숲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것은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다. 강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똑같이 펼쳐진다. 인생의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래야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각자의 숲이 모두 다르고 그래서 모두 다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 나는 천장에 닿을 듯한 커다란 전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별을 달고 싶었다. 반짝이는 구슬로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몹시도 그 풍경이 좋아서 동화책 속에 그려진 크리스마스트리 그림을 세워두고는 산타 마을의 겨울 숲을 상상했다. 그것은 마법의 숲으로 들어서는 정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림 속 풍경을 현실인 것처럼 느끼며 소원을 빌고 잠을 청했다. 어른이 되면 저절로 이루어지리라 믿었던가? 어른이 되고 나니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에 대한 조언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고 키 큰 진짜 전나무를 집안에 들이지도 못했다. 그러나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나무 잎의 향기를 통해 마법의 숲으로 들어간다. 전나무 잎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생화 트리를 만들거나 문이나 벽에 걸어둘 수 있는 ‘리스(wreath)’를 만든다.

“리스를 만들 때는 나무의 줄기를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적당한 위치에 묶어나가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사람들에게 리스를 만드는 요령과 방법에 대한 기술을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너머에 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 막막하지만 차분히 이어나가다 보면 처음 시작한 지점과 가까워져요.”

자신이 만들고 있는 리스가 진전이 없어 보이고 엉뚱한 모양이 될까봐 걱정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 사실 나는 리스의 모양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더 염려한다.

“자~이제 리본을 달고 원하시는 곳에 걸어 두시면 됩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둥근 모양이 완성된 순간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할 차례다.

“지금이 나무의 향기에 귀를 기울이기 좋은 때예요. 전나무의 향기는 깊은 숲에서 주고받는 나무들의 이야기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그 목소리를 듣는 거예요.”

숲의 향기가 손끝에 스며들면 욕망으로 끓어오르던 어수선한 마음이 정리되고 실패와 좌절로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리스’의 완성만을 목표로 애를 쓰던 자신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원한다면 잔잔한 평화의 지점을 향하여 선을 이을 수도 있다.

완성된 리스를 벽에 걸었다. 올해는 영원한 푸름의 상징인 상록수에 붉은 망개 열매만을 사용했다.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는 본질적 의미를 강조한 리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다음 남아 있던 전나무 잎을 워머 위에 올리고 초에 불을 붙였다. 따뜻한 온기가 도자기를 데울 무렵 겨울 숲의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과 감정 사이로 천천히 파고든 숲의 향기는 용기가 필요한 나를 껴안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상상하는 일이 흥미로운 나는 드디어 이것이 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상상력이야말로 멋진 어른을 꿈꾸던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자주 흔들리거나 타인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다면 보내고 맞이하는 일이 뒤섞이는 12월, 숲의 향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인생의 숲에서 우리를 부르는 그 목소리는 멀리 있지 않다. 목소리는 지금 어디서 들리는가? 모두 다른 곳,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 그곳이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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