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최고 기술은 무엇일까? 철강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제품 TV 냉장고 핸드폰? 하지만 인류 전체 최고의 기술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필자는 이집트 피라미드를 선택할 것이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약 5000년 전에 화강암을 직육면체로 깎아 정사면체로 만든 왕(파라오)의 무덤이지만 그 규모(가로 230m, 높이 147m)나 내구성, 정밀도를 따진다면 현존 기술로도 만들어 내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류가 겨우 석기시대를 벗어나는 시점에 엄청난 기술의 결정체를 만들었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실로 대단한 최고의 기술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최고의 기술은 무엇일까? 고려청자 금속활자 거북선? 필자는 최고(最古)의 기술, 최고(最高) 기술의 기원은 반구대 암각화라 생각한다. 올해는 바로 이 반구대 암각화 발견 50주년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어떤 과학 공학 기술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첫 번째는 배 만드는, 즉 조선기술이다. 암각화에는 고래잡이하는 배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무려 5척(4척이라는 견해도 있다)이다. 한 배에 고래잡이 꾼이 무려 12명이 탄 모습도 있다. 당시 분명 나무를 깎거나 아니면 대나무 혹은 단단한 나무를 조립해 배를 만들었을 것이다. 엄청난 크기의 귀신고래를 잡는 배라니! 당연히 바다에서 귀신고래와 싸우는 배의 설계기술은 엄청났을 것이다. 뛰어난 배 설계자와 제작 기술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최고의 배 제작소(조선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우리 민족 DNA에 남아 임진왜란 때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들어내었고,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가 되는 기원으로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고래를 잡는 도구와 해체하는 도구, 그리고 암각화 자체를 그리는 도구 제작 기술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암각화를 보면 고래잡이 작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당시 이 작살은 동물 뼈 혹은 날카로운 뗀석기 혹은 간석기로 만들었다. 당연히 도구를 만드는 장인이 있었을 것이다. 고래를 잡으면 태화강 변에서 고래를 해체했을 것이다. 고래를 14등분 하는 해체 장면도 있다. 여러 도구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암각화를 그릴 때는 더 날카롭고 단단한 도구를 썼을 것이다. 이런 도구 제작 기술은 석기시대의 섬세한 간석기, 청동·철기시대의 갑옷 제작, 무기 제작 도구 개발에 근원이 되었다. 작살을 만드는 기술은 이후 뛰어난 조선 국궁 화살촉과 최초의 미사일 신기전화차, 천자총통, 그리고 현재 세계 최고의 포탄이나 총알을 만드는 국내 방위산업체(풍산)로 이어진다.

세 번째로 뛰어난 기술은 바위 위에 섬세하고 생생한 선 자체를 새기는 기술이다. 암각화는 영어로 Petroglyph라고 하는데 Petro는 돌(석유의 어원), Glyph는 상형문자라는 뜻이다. 돌에다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우리 DNA에 남아 청동시대 다뉴세문경에 전수되었다. 다뉴세문경 뒷면에 그려진 섬세한 선(약 20~70㎛, 머리카락은 약 100㎛) 제작은 현재의 정밀주조 기술로도 쉽지 않다. 돌을 다루는 섬세한 기술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1위 기술의 근본이 된다. 반도체 회로는 Si 기판에 수십 ㎛ 급으로 섬세한 회로(선, 그림)를 그리는 것이다. 여기서 Si는 바로 돌(화강암, 석영)에서 나온다. Si 기판에 회로를 그릴 때는 고순도의 불화수소로 부식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를 식각(Lithograph)이라 한다.

이 밖에 반구대 암각화에는 그물제작 기술, 목축(목장) 기술, 새끼고래를 업는 어미고래를 생생하게 관할하는 자연탐방 기술 등이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기원전 7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면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고 하는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무려 2000년 더 오래된 것이다. 우리 선조가 그 당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런 점에서 세계인류문화유산으로 빨리 등재돼야 하고, 최고 상태로 보존돼야 한다. 우린 반구대 암각화가 시대의 최고 과학·공학 기술이 녹아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