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700리 갈맷길에 도심 300리를 더하는 ‘1000리’ 갈맷길이 걷기 여행뿐만 아니라 버스킹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니 기대가 크다. 부산시는 2009년 6월 전국 광역 단체 중 처음으로 ‘걷고 싶은 도시’를 선포하며 갈맷길을 조성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부산의 대표 걷기 여행길로 자리매김했고 현재 9코스 21개 구간 278.8㎞가 구축됐다. 여기에 오는 2023년까지 도심 갈맷길 15코스 300리(120㎞)를 조성하는 것이 ‘갈맷길 시즌2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지난 14일 국제신문 초청으로 열린 ‘갈맷길 시즌2, 정책토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1000리 갈맷길’을 걷기와 버스킹 명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버스킹 공연장 30곳을 설치하고 공연 장면을 포털사이트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에 필요한 예산 10억2000만 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확보할 방침이다. 버스킹은 기타나 오카리나, 하모니카 등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거나 마술 실력을 뽐내는 거리 문화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대도시에서는 일상적인 공연 형태다. 사시사철 갈맷길을 걷다 지치면 문화공연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셈이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도심 관광을 하는 대신 걸으면서 부산의 관광 명소를 만끽할 수 있고 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으므로 멋진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버스킹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갈맷길의 인지도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갈맷길이 조성된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걷기와 함께 할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시는 내년부터 광안대교 개방행사와 불꽃축제 등 부산의 대표적 행사를 갈맷길과 연계할 계획이다. 부산 관광 자원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새로 조성되는 300리 갈맷길은 다소 외곽에 치우쳤던 기존 코스를 도심과 연결해 시민이 쉽게 접근해 걸으며 여가를 즐길 수 있어 박 시장의 공약인 ‘15분 도시’ 시민 문화권 실현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갈맷길 시즌2’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몇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우선 갈맷길이 공간적으로 광범위한 까닭에 관리 운영 책임이나 업무 분담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리예산이 연간 평균 1억5000만~2억 원에 불과해 제대로 된 시설물 개·보수도 어려웠다. 박 시장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중장기적으로 갈맷길 관리·운영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구·군의 재원분담을 유도하겠다 하니 다행스럽다. 관광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은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가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책 중 하나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갈맷길 시즌2’에 시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부산의 자부심이 된 갈맷길이 시민의 일상 속 문화권 확보라는 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한 예산 확보에도 차질이 없어야 마땅하다.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에 부산 갈맷길 도보 완주가 포함되는 날을 앞당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