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건설의 첫 단계인 사전타당성조사(사타)의 중간보고회가 지난달 28일 열렸지만 초기 논의보다 진척된 사항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타는 특정 사업을 하려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용역으로 사업 규모와 사업비 등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번 용역은 지난 5월부터 한국항공대와 유신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진행하고 있는데 가덕신공항 건설 관련 각종 여건 분석 및 전망, 수요예측, 시설 입지 및 배치 등에 대한 타당성 평가를 하고 있다.

항공대 컨소시엄은 이날 보고회에서 활주로 부지와 위치, 2060년 기준 항공물류 수요예측, 연약지반 문제 등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공항 활주로 위치와 관련해서는 부산시의 의견인 연대봉과 국수봉을 절취해 해상 매립 비율을 43%로 낮추는 안, 가덕도 육상에 건립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었다. 활주로 방향도 최적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연약지반 해결책 외에는 모두 미정이다. 일반적인 용역연구는 중간보고회에서 수요예측이나 경제성 분석 등을 다룬 결과를 내고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건설 사타는 6개월간 용역을 수행하고 중간보고회를 열었는데도 아무런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셈이다.

부산시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중간보고회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고 끝까지 비공개로 가는 경우도 있어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 만료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활주로 위치 및 개수, 예상 건설 경비 등 대략적 규모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2060년 항공물류 수요 전망치도 지역 학계가 추정한 수치의 1/6수준인 50만ｔ에 불과했다. 용역사가 가덕신공항을 도서지역 공항 수준으로 보고 전환 수요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부실한 수요예측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용역사는 보고회 참석자로부터 가덕신공항이 항공과 항만, 철도가 합쳐지는 트라이포트라는 점을 지적받자 추후 유발 수요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중간보고회를 하면서 이마저도 비공개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선을 앞두고 가덕신공항 건설 예상 사업비를 놓고 수도권과 부산 울산 경남이 충돌하면서 소모적인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못하는 판국이다. 이는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는 6개월 동안 시험지만 받아놓고 답을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용역이 끝나는 내년 3월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다. 여차하면 가덕신공항 추진의 동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시간 때우기식 용역 수행은 안 된다. 국토부는 24시간 여객과 화물 운송이 가능한 복합공항을 만들겠다는 부울경의 한결같은 의지를 담아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빈틈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