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부산항만공사(BPA)의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2-5단계) 운영사 선정에 대해 감사를 시작했다. 이는 예고된 수순이다. 지난 9월 29일 BPA 남기찬 전 사장이 퇴임 2시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가계약을 하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우선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물동량 확보에 대한 우려와 항운노조와의 협의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하는 당사자가 컨소시엄주관사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과 협약을 한 것이 월권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BPA 내부에서는 그의 소신에 박수를 보냈다는 말이 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선사 없이 운영사만으로 구성된 동원컨소시엄이 신규 물동량을 유치하기 어렵다며 업체 선정에 신중을 당부했다. 그동안 해수부의 간섭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BPA를 대표해 남 전 사장이 서컨 운영사 선정을 강행한 셈이다. 3~6개월 걸리는 감사 기간을 고려하면 서컨부두 개장 차질마저 우려되는 것이다.

서컨부두는 통상 2-5단계로 불리는 데 3개 선석으로 오는 2023년 7월 개장 예정이다. 이어 오는 2024년에는 북측 피더부두 1개 선석, 2026년에는 2-6단계 부두 2개 선석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DPCT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이를 통합 운영할 경우 총 6개 선석에서 연간 355만TEU 이상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두는 계속 늘어나는 데 물동량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서컨부두 개장을 마냥 늦출 수 없는 BPA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부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항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현재 북항 신감만부두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DPCT가 신항으로 이전하게 되면 인력 재배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항운노조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해수부와 감사원 등에 BPA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BPA 측의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도 노조원들의 고용문제가 걸린 사안인 만큼 당사자들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DPCT가 서컨부두에 무인운송장비(AGV)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항운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초에는 사람이 타서 운반하는 ‘스트래들케리어’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2-6단계부터 AGV를 도입해 완전자동화 항만을 만들 계획이었다. 갑작스럽게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항운노조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항만자동화 도입 논란이 심화됐던 2017년부터 항운노조원의 인력재배치는 큰 과제였다. 완전자동화는 전세계 항만의 흐름인 만큼 피해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지난 4년여 동안 이와 관련해서 손을 놓고 있었다. 해수부는 부산신항을 비롯해 전국항만의 부두 운영에 총괄 책임을 지는 항만당국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BPA가 독단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팔짱만 낄 것이 아니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