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 경북, 울산의 3개 시·도 5개 시·군에 걸친 영남알프스는 1000ｍ가 넘는 고봉만 해도 9개가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산군이다. 그 9봉 가운데 2위 봉인 운문산의 최단 거리 등로가 열린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마을은 1, 2년 전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운문산 남쪽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삼양리에서는 하양마을을 통해 운문산 정상 남쪽 능선으로 오르거나 상양마을에서 운문사로 넘어가는 아랫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근래 정상 등정을 목표로 상양마을을 찾는 등산객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 일부는 상양마을의 최고 지점까지 차량을 이용해 올라간 뒤 정상을 찍고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자 평온한 일상이 깨진 주민은 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펼침막을 내걸어 외부인 차량의 마을 안길 출입을 막고 나섰다.
삼양리 마을이 변한 것은 올해 들어 거세게 분 영남알프스 등정 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울산 울주군이 마련한 영남알프스의 1000ｍ급 9개 봉 완등 이벤트가 불러온 ‘등정’ 바람은 각 봉우리의 최단 등정 코스의 기점이 되는 마을들의 평온을 깨트리고 풍광을 바꿔놓았다. 삼양리만큼은 아니지만 영축산 최단 거리 등정 코스의 출발점인 양산시 하북면 지산마을 일대도 등산객의 무단 주차 차량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영남알프스는 9개 봉 외에도 1000ｍ를 넘보는 여러 봉우리에 간월재와 사자평 등의 대규모 억새 군락과 골골이 숨은 수려한 계곡을 품었다. 게다가 영축산 통도사, 가야산 석남사, 재약산 표충사, 운문산 운문사 등 명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덕분에 지역의 대표적인 산행지이자 피서지로 자리매김해 많은 등산 동호인과 피서객, 관광객이 찾는다. 그런데 올해 영남알프스는 전국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울주군은 이전에도 동으로 된 9개 봉 등정 인증 메달과 인증서를 줬다. 올해부터 9년간 순은으로 만든 메달을 증정하기로 계획을 밝히자 연초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등산객이 영남알프스 봉우리를 찾았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프로 산꾼부터 갓 산에 입문한 초보 산꾼에 이르기까지 두루 관심을 쏟는다.
찾는 발길이 늘고 그 목적이 등정 인증샷에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특히 주말이면 9개 봉 정상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부분 산의 정상에 많을 때는 2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때아닌 정체가 벌어지는 것이다.
9봉 중 최고봉인 가지산이 새겨진 6만5000원 상당의 무게 31.1g 순은 기념 메달을 목표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완등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예정했던 제작 예산 7억 원을 일찌감치 소진했다. 지난해 완등자의 3배인 3만 명을 예상했는데 이미 지난 8월에 5만 명을 넘어서 버렸다. 군의회가 제동을 걸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2차 추경안에 은메달 제작을 위한 13억 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군의회는 20억 원이라는 거액을 은메달 제작에 투입하는 게 적절한가하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울주군은 은메달 제작 비용보다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건 검증된 결과는 아니다. 당장 신불산과 간월산 등산의 출발지인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주차장은 붐비지만 인접한 등억온천단지는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완등 이벤트를 하면 방문자가 늘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이를 지역의 경제와 연결하는 일에 대해서는 고민이 덜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 훼손 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이미 영남알프스의 울주군 구간은 하늘억새길이라는 이름의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많은 이가 찾는다. 여기에 9봉 등정 인파가 더해지면서 울산시가 추진하는 영남알프스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세계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뛰어난 생태계를 지닌 지역인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울산의 환경적 우수성을 세계에 공인받을 좋은 기회다.
환경과 경제의 균형은 오랜 숙제이면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영남알프스 완등 이벤트가 진행되는 9년 동안 ‘산 위의 호황’만 이어갈지 주민을 보듬으며 산 아래와 공생을 이뤄내며 실보다 득을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경남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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