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달 25일 발생한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 장애와 관련해 개인 고객은 평균 1000원, 소상공인은 8000원 수준의 보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 껌값도 1000원 이상이라며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KT는 별도의 피해 접수 절차 없이 12월에 청구되는 요금에서 11월분 사용 요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고객 피해를 일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전체 보상대상 규모를 약 3500만 회선으로 추산했으며, 총 보상금액은 350억~4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과연 이번 대책이 통신망 장애 사고 이후 구현모 KT 대표가 약속한 ‘약관과 관계없는 적극적인 피해 보상’인지 의문스럽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일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들은 카드 결제와 배달 주문을 모두 놓치고 예약 전화도 받을 수 없었다”면서 “KT의 이번 보상안은 소상공인을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부산에 있는 KT 시설에서 최신 설비 교체작업 중 발생한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전과 점심시간에 걸쳐 85분간 멈췄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다. 이뿐 만 아니다. 스마트폰이 먹통이 돼 중요한 업무연락을 놓쳤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식 거래를 하던 개미투자자들의 금전적 손해도 크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KT 통신망 장애로 9600억 원 상당의 거래가 체결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보상은 제외됐다.

이는 KT에만 유리한 약관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주식거래나 온라인 게임에서 기대하는 손익에 대해선 배상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KT는 지난 2018년 ‘아현지국 화재’로 서울 일대 통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낸 바 있다. 대형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이 터무니 없이 미흡하다. 당시에도 피해 보상 논란이 일면서 약관을 변경하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변한 게 없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KT 자체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통신사의 망 안정성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 역할을 못 한 탓도 빼놓을 수 없다. 통신사에만 유리한 손해배상 약관이 이번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은 영원한 호갱(이용당하기 쉬운 고객)이 될 뿐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