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산정책의 핵심인 TAC제도의 본격적인 시작은 20여 년전인 1998년 11월 28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고 2000년 8월 3일 북경에서 한중어업협정체결이 이루어지면서 자원의 할당 관리에 대해 집중 논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당시 어자원 보호를 위해 주변국이 관리정책을 공히 시행하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했지만 과연 지켜질까라고 생각했고 TAC라는 제도가 자칫 공직자들에게는 행정무기가 되어 어업인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각국 간 통계에 대한 불신과 느슨한 정책으로 아직까지도 3국은 이론적인 합의에만 치우쳐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 이론적인 합의마저 한일관계는 양국 간 상반된 조업환경으로 6년 동안이나 답보 상태에 있으며 그동안 어업인은 피해를 호소하며 끊임없이 외쳤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필자는 그야말로 한중어업협정이 하루빨리 파기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 수역의 어자원 관리가 되고 되살아 날 수 있다.

지난 국감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수역에 불법 침범하는 사례가 600% 증가하는데 단속건수는 1/50로 줄어드는 그야말로 이해되지 않은 자료가 제시되는 상황을 봤다. 그렇다면 ‘우리 어선의 단속건수는 줄어들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쪽 수역은 수심을 보더라도 조업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UN해양법에 기초를 두고 협정을 하였다고 하지만 정말 얻는 건 없고 주는 것밖에 없는 협정이다. 주도권을 쥐는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고 어자원 고갈의 원인을 우리 어업인에게만 전가해서는 안된다

앞서 우려했던 바와 같이 현재 TAC 행정무기는 발동돼 왔고 공개되지 않은 위원회에서 그 내용을 확정하고 내년도의 어획량을 결정한다. 올해와 같이 수온의 변화로 인해 일부 어종의 경우 급격한 어획의 변화를 보이지만 과연 무슨 준비를 하는지 알 수 없고 어업인은 어업 정지라는 행정명령을 받고 있다.

최근의 우리 바다는 많은 환경 변화로 인한 고수온의 영향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물리적인 이유로 예년에 회유하던 어종이 회유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점고등어의 경우 동지나수역에서부터 회유해야 하지만 중국의 호망어선과 일본의 대형화된 어선들이 길목을 차단하여 대량 어획함으로써 더 이상 우리 남해로 회유하지 못하면서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 들었다.

오징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입어료를 지불하고 입어한 중국어선들이 대량 어획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분명 우리 어선들의 어획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북한수역에 중국어선 척수가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징어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간한 ‘생태와 어장’에서 명시돼 있듯 1년생 어종이다. 과연 1년생 오징어의 TAC시행은 무슨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인지 단일어종에 다수 업종이 시행하는 만큼 정부는 그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비단 위 두가지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 어업인만의 정책 이행은 한계가 있음에도 주변의 여건이 어떻든 TAC를 시행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정부는 어김없이 어업정지 명령을 내린다.

얼마전 수산업법 전부개정(안)이 의원입법돼 지금은 해당 상임위 법안 소위에 상정돼 있다. 물론 어구실명제 등에 대한 긍정적인 수정(안)도 있다. 하지만 연안을 대표하지도, 근해를 대표하지도 않은 업자의 이야기만 듣고 연안, 근해어선의 구분과 함께 지자체에 관할 수역에 대한 관리마저 이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역 간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해상 경계에 대한 모호성마저도 감안하지 않은 그야말로 민원 눈치보기식 입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항상 정책 방향을 정해놓고 어업인의 의견을 듣는다. 어업인은 늘 현실과 맞지 않다고 반대한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 말을 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중재자가 없다는 것이다.

어업인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할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수협중앙회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수협중앙회는 단순한 전달자 역할만 했다. 이제부터라도 중재, 조정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어자원관리 정책을 강행해야 한다. 지금의 정책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와 행정의 한계를 들어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대지원망(大志遠望). 정책은 큰 뜻으로 멀리 바라보고 이루어져야 한다.

대형선망수협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