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슈퍼사이클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선박 발주량은 5년 만에 3.6배 증가했으며 신조선가지수는 2009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50포인트를 기록했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은 2020년의 2배 수준인 4200만CGT로 예상되어 조선업의 호황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하며 3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고, 올해 상반기도 공격적인 수주세를 이어가며 약 2.5년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수주에 유리한 환경에서 시장이 회복되어 조선업은 국내 수출기여도 5위(2021년 7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충분한 일감 확보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수주량 급증에 따른 건조 물량 증가로 올 하반기부터 일자리 증가가 예상되며 장밋빛 전망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수주 감소의 여파로 조선산업의 신규 인력 유입은 감소하고 기존 인력 이탈은 증가했다.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올해 5월 기준 9만4000여 명까지 대폭 줄어들었고 감소 추세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조선소 생산 현장의 기술인력들은 반도체, 석유화학, 건설 등 타 산업으로 옮겨가, 신규인력의 조선업계 취업문은 좁아졌다. 조선업 인재들의 산실인 조선해양공학과 취업률조차 눈에 띄게 줄었고 여러 조선해양공학과의 입시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재학생들조차 전과 등의 이탈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 인력 양성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혁신을 외면하면 우리 조선산업은 언제든지 일본처럼 뒤처질 수 있다. 1970년대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신기술을 앞세운 일본은 유조선 수주를 독식하며 유럽의 조선산업을 앞질렀지만 이후 세계 경기침체를 겪고 구조조정과 선박 표준 설계화를 거치면서 설계인력을 대폭 감축했고 1998년 도쿄대를 시작으로 조선학과를 폐지하면서 신규 설계 인력 배출이 끊겼다. 그 결과 일본의 조선산업은 기술혁신에서 뒤처지며 쇠퇴기로 접어들었고 반면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과감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 선박 대형화와 신선종 개발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2000년대 들어 세계 조선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현재 국내 조선산업은 재도약과 정체기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조선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인력난을 겪게 되고 앞으로 숙련인력 부족 문제까지 확대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우리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되어 또 한 번의 정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난 해소, 고급인력 양성을 통한 핵심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문인력 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9월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조선업 생산 인력을 2022년까지 8000명 양성하고, 2030년까지 생산성 30%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인력양성 정책은 수주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생산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원활한 인력수급과 디지털 기반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력의 양성을 위해 2025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조선산업 중장기 인력양성 로드맵을 수립하고 조선해양 미래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하여 미래 조선해양산업을 책임질 핵심인재를 체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인력 문제는 민간이 주도하여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조선업계는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소조선연구원 또한 조선산업의 인력 미스매칭을 해결하고자 필요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의 정책에 맞춰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신규인력 확보 및 유입을 위해 ‘조선업 생산기술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하여 업계 및 종사자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공정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야드에 특화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스마트야드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며 디지털 기반 생산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조선산업 강국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외에도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더욱 속도감 있는 현장 맞춤형 인력양성 지원이 필요하다. 세계 1위 경쟁력에 맞는 생산역량 확보와 친환경·스마트화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 조선산업의 순항을 고대한다.
중소조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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