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연락선이 4일 복원됐다. 이날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통신선에서 동시에 통화가 이뤄졌다. 지난 8월 10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지 55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 대한 화답으로 읽힌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종전선언에 관심을 보인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남북이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성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찌하면 연락선 복원을 징검다리로 삼아 종전선언 실현이란 결실에 도달할 수 있을 지 남북이 공통숙제를 안았다.

종전선언 달성의 최대 걸림돌은 북중과 한미의 시각 차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원한다면 먼저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 등 자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반면 한미는 한미 연합훈련 등은 대북 공격용이 아닌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방어훈련일 뿐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남북, 북미 관계는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탈피하려면 무기 개발이나 군사 훈련 등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그러면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장 유력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년 9개월째 국경 봉쇄를 지속할 정도로 코로나 방역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어서다. 도쿄올림픽에도 불참하지 않았던가.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굳이 대북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런 만큼 문 정부가 국내 백신 수급 상황과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대북 백신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건 현명한 판단이다.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완료한 데다,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할 정도로 백신 보유 사정이 나아지는 등 실행 여건도 착착 갖춰져 간다. 미국 또한 북한 비핵화와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거듭 피력한 마당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과 북미는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대화 재개의 관건은 신뢰다.

그렇게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후 쌓인 불신을 해소한다면 종전선언은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즈음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 나아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과 같은 성과도 도모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싱가포르 회담 전후에도 남북, 북미 화해의 주요 의제로 논의된 바 있다. 그 해 2월 평창에서 싹을 틔운 ‘한반도의 봄’은 결코 재연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남북과 북미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무기 개발과 군사 훈련 등 대립과 대결을 중단할 수 있다면 종전선언은 물론 냉전 청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