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독서의 계절로 믿는 가을이다. 이미 출판계에서 가을을 독서의 비수기로 보는 건 오래된 일이다. 실제 도서 판매량 및 도서 대출 건수를 월별로 보았을 때 가을은 늘 끝자락에 머무른다.

오히려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계절은 겨울이다. 가을은 겨울에 독서의 계절이란 왕관을 물려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한 이유는 가을에 책을 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올해 부산의 가을은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과 함께 했다. 본 행사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마무리되었으며, 온라인 북페어는 29일까지 진행된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매년 독서문화진흥에 앞장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여 개최하는 축제로서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서문화의 장이다. 하나의 도시가 행사를 주최하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자치구 중 최초로 북구에서 개최되었다. 북구로서도, 부산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본 행사는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개막식 패션쇼를 시작으로 유명 작가의 강연, 원북원 부산 도서를 활용한 공연, 기타 전시 등으로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또한, 유튜브를 활용하여 강연과 공연을 재방송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좋은 강연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행사 기획자들은 코로나 시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다만, 부산의 한 시민으로서 축제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쩌면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그 공간의 분위기가 되는 오프라인 행사와의 차이이다. 그런데 홍보도 조금은 부족했다고 본다. 지난 한 달 동안 외부에서 독서대전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접하지 못했다. 나보다 독서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을 건넸다. 분명, 홍보에도 최선의 노력이 더해졌을 테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서축제라면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청년을 유입할 수 있는 SNS 마케팅은 그랬어야 했다.

나는 개인 SNS 활동을 나름 활발히 하는 편이다. 알고리즘 기반의 SNS 특성상 자신이 관심을 두는 분야의 광고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데, 올해 대한민국 독서대전 관련 피드를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 전주독서대전 관련 글과 광고를 자주 접했다. 내 시선에 담기지 않았을 뿐 홍보가 잘 되었을 수 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금의 독서문화는 책을 읽는 아이들과 책을 읽히려는 부모들이 끌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중간에 든든한 기둥이 되어야 할 청년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각자의 바쁨으로 청년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독서와 독서문화는 엄연히 다르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더라도 독서 관련 문화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청년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분야를 떠나 문화가 부흥하려면 청년이 함께해야 한다. 청년을 문화에 끌어당기려면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 발을 내디뎌야 한다. 독서문화 행사에서 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소통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내년의 문화 예산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소문을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만약 소문이 현실이 된다면 부산의 독서문화 예산은 불 보듯 뻔하다. 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독서 관련 행사의 질과 양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청년이 유입할 기회도 줄어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악순환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년 가을에는 올해 열리지 못한 ‘2022 가을독서문화축제’가 열릴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느낀 약간의 아쉬움이 빠르게 개선되려면 단순히 예산의 측면만이 아닌 독서와 관련한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년 가을은 코로나가 없는 하늘 아래서 더 풍성하고 유익한 독서문화 행사가 열리길 바란다.

작가·‘우리가 글을 쓴다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