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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팬데믹 그리고 가족 /배미애

  • 배미애 갤러리이배 대표
  •  |   입력 : 2021-09-14 18:49:4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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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의 ‘걷기 시작’(1858)에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아기가 두 팔을 벌린 아빠 품에 안기려고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뒤뚱뒤뚱 걸어오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을 그린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에게 영감을 줘 그는 그림을 모사하고 똑같은 제목을 붙였다(걷기 시작, 1890,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림에 등장하는 농부인 아버지는 힘들고 고된 노동의 날을 아기가 주는 무한의 기쁨으로 위로받으며 새로운 하루를 행복하게 맞이할 것이다. 이 그림처럼 모든 사람에게 세상의 중심은 가족이며 가족은 사랑과 믿음으로 연결된 채 일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부터 슬픈 순간까지 ‘함께’ 한다. 서로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가족의 가치는 역설적이게도 ‘함께’가 위협받는 팬데믹 위기에 재조명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보편적인 가치이다. 많은 예술가들은 삶의 원천이 가족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고 이들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걸작 ‘나의 부모님’(1977)에는 화가인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열심히 미술책을 읽고 있는 아버지와 자신과 남편을 바라보며 초상화를 그리는 아들을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가 표현돼 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응원과 사랑이 듬뿍 담긴 이 아름다운 그림은 2014년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에 선정됐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의 ‘큰 나무 아래에서의 아침 식사’(1895)는 정원의 큰 나무 아래에 모여 단란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가족을 가득 담은 소박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포함해 가족의 일상을 담은 그의 그림 모음집 ‘나의 가정’은 가족의 따뜻함을 온전히 담고 있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군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간직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가족을 그린 많은 명작이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자신의 가족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도 작가가 세상을 묵묵히 살아내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께 했던 가족의 힘에 대한 작가의 깊은 감사와 그리움과 애틋함의 표현들이다. 벌거벗은 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이중섭의 ‘춤추는 가족’(1953, 1954)은 떨어져 사는 가족과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이중섭에게 가족은 그의 존재 이유였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게 한 큰 동력이었다. 아버지들이 전쟁에 나가 주검이 되어 돌아오자 생계를 떠맡게 된 어머니들은 아이를 둘러업고 생계를 위해 행상을 나갔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1956)에 표현된 잎사귀가 다 떨어진 나무는 처량하게 홀로 우뚝 서서 마치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1970년대 산업화의 여파로 졸지에 도시 빈민이 된 오윤의 ‘범 놀이’(연도미상)에는 아이를 등에 태우고 호랑이 흉내를 내는 아버지, 이를 보며 웃음 짓는 할아버지와 자기도 태워달라는 듯 떼쓰는 동생, 그리고 아내가 등장한다. 소박한 목판화를 통해 오윤은 비록 빈곤하지만 가족으로 인해 위로받고 희망을 잃지 않는 자신의 가족을 표현했다. 자신의 병(구루병)으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이 그 누구보다 더 절실했던 화가 손상기는 작품 ‘가족’(1984)을 통해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가족의 한 때를 마치 천국에서의 순간처럼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명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깊은 슬픔을 묻어둔 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는 말로써 아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강물은 부침 많은 세월에 아랑곳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그 자리에서 쉼 없이 흘러간다. 한결같은 흐름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면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며 또 힘겨울 땐 돌아갈 강물 같은 가족이 있다. 가족은 이해하거나 이해되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가능성이라는 것을 ‘흐르는 강물’에서 배운다. ‘흐르는 강물’은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영화 ‘미나리’로 다시 돌아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팬데믹의 어려운 시기에 한국인의 가족 사랑, 그리고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세계인들에게 들려주었다. ‘늘 한결같은 밤 속삭이는 마음 어우러지네. 작은 발자욱 위로 한 방울씩 또 비가 내리네……긴 기다림 끝에 따스함 속에 노래를 부르네’. 비의 노래는 강물의 노래가 되고 마침내 가족의 노래가 된다. 나의 가족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갤러리이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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