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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위대한 발걸음(Grand Chase) /차동욱

  •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재학생
  •  |   입력 : 2021-09-14 19:24:0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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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러서 청중을 울려본 적이 있는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불과 두 달 전에 노래로 사람들을 울린 일이 있었다.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너무 형편 없이 노래해서 상대가 충격의 눈물을 흘린 것 아니냐는 농담조의 반응을 들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의 노래는 형편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노래를 무지 잘했던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음색이 좋았나? 내 목에서는 갈라진 소리가 났다. 음정이 안정적이었나? 음정은 부들부들 떨렸다. 중간에는 한 소절을 통째로 ‘삑사리’가 난 상태로 불렀다. 형편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듣기 좋게 부른 건 아니었다. 그럼 어째서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듣고 울컥했단 말인가.

대학생으로서 맞는 마지막 두 달짜리 방학을 보내고 있던 7월이었다. 마침 집 근처에 있는 한 극단에서 3주 동안 배우 워크숍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의학도로서 연극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극 관련 전공자이거나, 비전공자이지만 연극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었다.

바로 이 워크숍에 노래 수업이 포함돼 있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곡을 연습해 워크숍의 마지막 날에 다들 발표를 했는데, 그때 내가 노래를 부르자 다른 참가자 두 분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공연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노래 수업이라는 것도 처음 받아봤다. 또한 노래 말고도 할 게 많은 워크숍이었기에 아주 짧은 시간만 노래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노래 수업 시간이 아닐 때에도 틈틈이 노래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지만, 발성하는 방법이 숙련이 되지는 못해서, 발표 날에는 스스로 몸 여기저기를 만져가면서 불렀다. 갈비뼈와 배를 잘 움직여서 소리를 내보려고 했다. 소리를 멀리 보내려고 하니 팔은 앞으로 쭉 뻗어졌고, 박자에도 신경을 쓰니 손이 박자에 맞춰 휘적댔다. 어떻게든 잘 불러보겠다며 팔과 손과 몸을 버둥대며 노래를 했다.

그런 모습에 그 두 분이 울컥하셨다고 한다(나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내 또래인 두 분은 10대일 때 노래와 연극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는 부끄러움도 걱정도 없이, 의심도 고민도 없이, 열정과 힘이 있었다고 한다. 즐거웠다고 한다. 극장에까지 와서 뭐라도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나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옛날과 초심이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 연기와 노래를 계속해야할지 고민에 잠겨있던 차에 본인들의 옛날 모습이 떠올라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20대의 통과의례 같은 것일까. 살면서 하게 될 수많은 선택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고민인 걸까. 두 분은 앞으로의 행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소리, 소리가 뭐길래, 여기까지 걸어왔나.” 내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이다. 이 두 분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고민 끝에 혹은 고민 중에라도 펼쳐질 두 분의 길을 응원하고 싶다.

두 분이 우는 것을 보니 그로부터 최근에 나 또한 어떤 노래를 듣고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노래는 내 또래라면 절대 모를 리 없으며 우리들의 어릴 적 추억을 상당 부분 이루고 있는 게임 ‘그랜드 체이스(Grand Chase)’의 BGM으로 쓰인 ‘희망’이라는 노래이다. 어렸을 때 수없이 들었던 그 노래의 전주가 문득 생각나 다시 찾아 들어보았고, 뜻밖에도 기운을 얻었다.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삽입곡을 만들 때는, 그 사람들이 자란 후 언젠가 다시 그 노래를 듣고 힘을 얻길 바라며 일부러 신경 써서 가사를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쾌하고 아련한 노래는 다음과 같은 가사로 끝이 난다. “걷다가 지쳐 가면 쉬어가요 / 바람 스쳐 지나는 작은 나의 어깨 위 그대 / 뛰는 이 가슴에 그리는 내일 / 아름다워서 난 가슴 벅차오를 거예요.”

동아대 의학과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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