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역사학자들이 지난 100년을 되돌아본다면, 2019년에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21세기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8월 말 현재 세계적으로 2억100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440만 명이 사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별 사망자와 확진자 수(단위 명)는 미국(62만, 3700만) 브라질(57만, 2000만) 인도(43만, 3200만) 러시아(17만, 660만) 영국(13만, 650만) 일본(1만5000, 130만) 등이다. 한국은 지난 27일 기준 사망자 2265명, 확진자 24만5158명인 바,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전대미문의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했으며, 과히 ‘K-방역’ 모델이 다른 국가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유의 사태이듯이, 백신 접종 또한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백신이 상용화된 이래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백신 접종 횟수는 모두 49억 회에 이른다. 이는 산술적으로 100명당 63.7 회의 백신이 접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얀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백신이 2회 접종하는 것을 고려하면 100명당 200회가 곧 완전접종을 의미한다. 국가별로 백신 접종 현황도 상이하다. 인구 100명 당 국가별 접종 횟수는 중국(135회) 영국(133회) 프랑스(127회) 독일(118회) 미국(108회) 등이며 한국의 경우는 70회이다. 한국은 방역에 있어서 선도적인 모범을 보였지만, 백신 접종의 경우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백신 개발을 이루어낸 유럽 미국 러시아 중국보다 접종률이 다소 느린 편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접종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이고 177개 국가에서 접종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화이자(110 개국) 시노팜(69 개국) 모더나(64 개국) 스푸트니크V(47 개국) 얀센(45 개국) 등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인식을 고려해서 중국의 시노팜이나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를 접종 백신으로 선택하지 않았기에, 이를 도입했다면 더 빠른 속도의 접종률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200여 종의 새로운 백신이 효과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하여 개발 중에 있다. 이스라엘,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병원 감압치료 필요성과 사망률을 낮추고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은 결국 치료제의 개발로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치료제 개발이 여전히 임상 실험 중에 있기에 기다림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의 전환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엔드게임의 첫 단계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18~49세 예방접종 실시를 공고했는데, 국민의 접종률이 일정 궤도에 오르는 시점이 되면 코로나와 함께 사는 방향으로 새로운 방역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비교적 빠른 속도의 백신 접종률을 나타냈던 이스라엘 싱가포르 영국은 ‘위드 코로나’ 정책에 중요한 시금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하고 있음을 선언한 국가였다. 그러나 현재 일일 확진자 수(7500명)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접종률이 인구의 58%가 되자, 6월 의무적인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했다. 반면 인구 590만 명의 싱가포르는 접종률이 76%에 이르러서야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물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접촉 추적 앱 사용, 영업시간 밤 10시30분 등의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하루 100명을 넘어섰지만,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영국도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사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경험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단순 과반수의 백신 접종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둘째,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더라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정 정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추가접종(booster shot, 3번째 접종)의 중요성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추가접종 15만 명 중 86%가 확진되지 않았고, 92%가 치명 감염이 아니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섬세하고 신중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부산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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