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6일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행하는 국립공원공단과 지역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립공원공단이 금정산(73㎢)등 일대 98㎢ 구역을 경계 초안(예정 구역)으로 제시하면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애초 시가 환경부에 지정을 건의한 면적은 약 60㎢였으나 다소 늘어났다. 내달 용역 완료를 앞두고 구역 설정에 관한 초안이 나옴으로써 지정을 둘러싼 행정 절차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논의는 지난 2006년 부산연구원이 합리적 관리 방안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물꼬를 텄다. 금정산의 체계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불법 건축물이 들어서고 자연 훼손이 가속화되면서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점점 커진 것이다. 이후 부산시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부산연구원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토대로 2019년 6월 환경부에 공식 지정을 건의했다. 당시 용역에서 금정산은 문화경관 107개를 보유해 금정산을 포함한 여타 산악형 국립공원 18곳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식하는 동식물은 총 1795종으로 17위에 그쳤지만 도심 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큰 흠결은 아니다. 그러나 첫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나서야 본격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지정 논의 초창기부터 줄곧 있어온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정산 면적의 84%가 사유지여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국립공원 경계안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범어사의 반발도 큰 변수다. 각종 규제를 우려하는 범어사 측은 그간 줄곧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해왔고, 최근에도 일대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시가 예정지 일대 종교시설과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면담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이 지정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시는 내달 국립공원공단의 용역이 완료되면 주민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결국 관건은 공청회에서 이들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국립공원 지정의 당위성이 크다 해도 첫 관문을 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사유지나 사찰을 낀 국립공원도 여럿 있기 때문에 이들 사례를 참고해 적극 설득하는 작업을 펼쳐 나가겠다는 시의 계획에 한치의 차질이 없어야 하겠다. 특히 박형준 시장 또한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 사안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끌어온 논의가 또다시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