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르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듯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부자(富者)’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응답자가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식을 줄 모르는 복권열풍은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을 대변한다.
포브스의 조사에서는 또 하나 흥미로운 항목이 있다. ‘부자가 되면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는데, 응답자의 70%가량은 ‘편하게 살겠지만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길 갈망하지만 부자가 된다고 행복까지 보장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려는 열망이 높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억지스런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부귀영화(富貴榮華)’라는 옛말에도 ‘부’는 ‘귀’보다 앞선 가치가 아니었나 싶다. 재물이 많아야 행세를 하고, 남들로부터 존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실 부자에 대한 열망을 속물근성이라고 폄훼할 순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역사적으로 통제 불가한 물욕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낳은 사례도 많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다양한 산업이 등장하면서 부자가 될 기회는 많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진 탓에 부자 반열에 오르기란 매우 어렵다. 어쩌다 탁월한 능력과 벼락 행운이 겹쳐 막대한 재물을 얻어도 이를 지키기 쉽지 않다. 주변의 견제나 따가운 시선이 항상 부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갑부들이 모여 사는 비버리힐즈나 우리나라 부자들이 많이 사는 한남동의 공통점은 집 담장이 높다는 점이다.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 가는 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직업상 이런저런 자리에서 부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개중에는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 부자도 있었고, 부모 잘 만난 덕에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 갑부도 있었다. 자수성가든, 상속 부자든 그들을 만나면 부자가 되는 법이나 부자로 사는 법과 같은 비슷한 물음을 던졌다. 근사한 답변을 기대하지만 막상 돌아오는 답변은 대체로 싱거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특별한 능력이나 기발한 재주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행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세계적인 투자회사 메릴린치의 경영인을 지낸 마틴 프리드슨은 저서 ‘슈퍼리치’에서 세계 최고 갑부 10명을 분석했다. 그가 찾아낸 공통점은 부자가 되려는 강렬한 열망, 과감한 도전과 모험정신,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남들과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의 발굴이었다. 물론 코끼리 다리 더듬는 말풍선 같지만 곱씹어볼 대목도 있다. 프리드슨은 “부자를 갈망하는 것과 실제 부자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진짜 부자가 되려면 의지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달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 각국이 양극화 문제로 심각한 사회 불안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심화된 빈부격차 문제로 정치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부의 분배비율을 상층 20%, 중층 60%, 하층 20%가 이상적인 구조라고 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부가 최상층에 집중되면서 중층이 사라지고, 하층이 급증하는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약탈적 경제행위보다 중층과 하층에게 부자가 될 기회를 열어주는 최상층의 희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물이 곳간에 넘쳐나도 하루 세 끼 먹는 건 똑같다는 옛말이 있다. 공멸이 아닌 공생을 위한 경제 구성원의 지혜가 절실하다.
재벌닷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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