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지만 지정학적으로 바다에 흥망이 걸린 해양국가다. 우리나라가 흥하고 힘이 있을 땐 밖으로 뻗어 나갔으나 쇠퇴할 땐 바다로부터 오는 외침부터 걱정해야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세계 해군력의 60%가 집결돼 있고, 중국의 해양팽창 정책과 함께 경쟁적으로 증강되고 있다. 자칫하면 주변국 해군력에 봉쇄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우리를 겨냥해 ‘서해 공정’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자기들이 땅도 넓고 인구도 많으니 우리 쪽에 훨씬 가깝게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경 124도선까지 자기들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백령도에서 불과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다. 현재 한중간에는 서해 경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지만, 국제적 관행은 양국 간 중간선을 긋는 것이다.
중국은 매일 몇 차례씩 해안순시선과 군함을 124도선 부근까지 보내고 해상 초계기도 띄우고 있다. 우리 정부나 군 당국은 여기에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군함과 비행기가 얼마나 넘어오는지 현황도 공개하지 않는다. 중국 눈치만 보면서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서해 공정을 좌시하다간 124도선이 한중 간 암묵적 경계선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의 서해 해상경계선 확정에 대비해 미리부터 서해를 실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서해에 대규모 선단으로 불법 조업 하면서 우리 선박에 대해선 해양활동을 제재하는 것도 같은 의도이다. 수년 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필리핀 선박을 쫓아냈던 행태와 비슷하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도 일방적으로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그려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그린 해상경계선으로 남중국해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품고 있다. 그리고 세계 해상 교역 물량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지나는 주요 해상 통로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 시설을 배치하면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도 우리나라와 같이 중국에서 한자와 유교 문화 등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념적으로는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과 역사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고 국익에 관련되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베트남이 친중 노선을 취하던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중국이 베트남을 공격하면서 1979년 양국 사이 전쟁이 벌어져 1991년까지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다.
베트남은 구단선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4년 5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석유 개발 사업을 강행하며 심해 시추 장비를 설치하자, 베트남 정부는 해군 함정과 연안 경비 순찰함을 동원해 중국 배를 들이받았다. 그때 베트남 국민은 대규모 반중 시위를 일으켜 중국인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근로자 3000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베트남은 그사이 오랜 전쟁을 했던 미국의 합참의장을 43년 만에 하노이로 불러 원수였던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도에 남중국해가 아니라 자기 나라 기준으로 동해(East Sea)로 표기한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의 윽박지르기 영토 주장을 거르지 않고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반박해왔다. 중국이 거대 군함을 출동시키면 베트남은 작은 군함으로라도 맞섰다. 베트남은 지난 4월부터 중국의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민병대 증강에 나서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군사 잡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베트남을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 우리의 안보와 미래가 걸려있는 바다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삶의 터전임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서해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노림수에 치밀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서해 공정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우리의 해상주권 문제이다. 정부는 물론, NGO와 국민도 나서야 한다. 어느 때보다 해양 수호를 위한 국민 목소리와 실천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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