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류의 축제라 할 올림픽이 8일 끝났다. 가깝고도 먼 일본의 심장부 도쿄에 33개 종목 339개의 금메달을 두고 205개국 약 1만 5000여 명의 선수들이 모여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감동으로 모두 하나가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이번 올림픽의 취지와는 달리 도쿄올림픽은 그 진행과정에서 수많은 불협화음으로 역대 최악의 대회로 치달았지 않나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한, 또 무엇을 위한 올림픽이었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은 시점이다.
2020년 개최될 예정이었던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각국의 불참선언으로 취소 위기까지 몰렸지만, 결국 IOC 묵인 하에 일본정부의 의지로 1년을 연기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런던 올림픽 취소 이후 76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급속하게 확산되는 코로나 사태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며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참가하는 선수들의 안전인데, 버블방역을 외치며 철저한 안전을 약속했던 일본은 선수촌 곳곳의 허술한 시스템으로 인해 확진자가 속출하고, 또한 연일 1만 명이 넘는 자국민들의 코로나 확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대회기간 중 올림픽을 멈춰야한다는 목소리도 자국 내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게다가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전에 과거 적절치 못한 행위와 망언으로 일부 대회관계자들이 연이어 사임하는 일이 터졌다. 조직위원장의 성차별 발언과 개폐막식 총괄 책임자의 여성비하 발언, 그리고 개막식 음악감독의 학창시절 동급생 가혹행위, 특히 유태인 학살을 희화화한 문제가 불거져 개막식을 담당할 연출자가 개막식 하루 전날 전격 해임되는 등 도쿄올림픽은 말 그대로 추문 올림픽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더군다나 일본은 또 우리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 문제를 올림픽을 통해 교묘히 이용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지도에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표기하면서,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우리정부에 IOC를 방패삼아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일 뿐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면 영토분쟁 대상지역인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표기했다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항의로 IOC를 통해 이를 받아들인 행위나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한 한반도기에 독도가 표기된 것을 두고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적 행위라며 IOC를 통해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던 행위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그들의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적 행태는 여전했다.
그들의 이런 이중 잣대는 우리 선수단 식사와 관련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해 우리나라가 선수촌 대신 인근 호텔에 급식지원센터를 마련하여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식자재와 방사능 검사를 거친 재료로 대회기간 동안 도시락을 만든 것에 대해 일본 자민당 한 의원이 이런 행위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뒤이어 미국도 본국에서 직접 음식재료를 공수하여 제공했지만, 이에 대한 일본의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도 평창올림픽 때 별도의 자국 식당을 개설해 선수들에게 제공한 적이 있기에 그들의 이런 아전인수 격인 행위는 결국 올림픽에서 야기되는 갖가지 문제점과 구설들을 혐한 분위기를 조성해 이에 슬쩍 떠넘기려는 얄팍한 술수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추측컨대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패망을 딛고 국가이미지를 드높이려했던 과거 올림픽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성적 경기침체와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성공적 극복을 전 세계에 보이며 제2의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 속내에도 불구하고 텅 빈 객석으로 무리하게 진행한 올림픽은 결국 엄청난 재정 적자와 함께 참다운 올림픽 정신만 훼손한 채 씁쓸하게 마무리된 것 같다. ‘모든 스포츠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All sports for All people)’는 초기 근대올림픽의 순수함을 다시 한 번 되뇌며, 모든 선수와 관중이 마스크를 벗고 혼연일체 되어 인류의 거대한 평화적 서사를 만들 다음 올림픽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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