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좋은 시도 많지만 짧아서 좋은 시도 있다. ‘이러면//안 되는데’ 충청도 시인 김상배의 ‘낮술’은 이렇게 단 두 줄, 딱 일곱 자로 끝나는 시다. 그만큼 생각할 여지를 우리에게 준다. 일감은 유혹이다. 결말은 ‘낮술에 취하면 제 부모조차 못 알아본다’는 패가망신이다. 반대편도 있다. 그 유혹을 끝내 이겨내려는 의지다. 기분이 알딸딸해지면서 없던 힘이 생길지 모른다.

세상 일이 그런가 보다. 죽고 사는 순간, 생업과 즐김의 경계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밤이나 새벽 무렵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해루질’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름 휴가 기간 국립공원 내 익사 사고의 절반 이상은 해루질 탓이라는 통계가 지난달 나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7~8월 중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를 분석한 결과다. 사망 사고 21건 중 23.8%인 5건은 익사 사고였으며, 익사 사고 가운데 3건은 해루질이 원인이었다.

사람 목숨에 비유할 바는 아니지만 전국 해안에서 해루질과 관련한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선 분쟁을 해결하려고 야간 시간대 어장 내 해루질을 금지하자 동호회와 레저 업계가 반발했다. 어민들은 생업에 차질이 막대하다 하고, 동호인들은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침해란다. 충청남도는 관광객 안전을 위해 사고 현황을 알기 쉽게 표현한 해루질 안전지도를 만들어 6개 연안 시·군 1163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서면 교육에 나섰다. 충남도의 해루질 안전사고는 2018년 30건, 2019년 33건, 2020년 55건으로 증가세다.

부산 가덕도에서도 해루질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덕도 동선어촌계 주민들은 어업면허권이 설정된 지역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밤에 떼로 몰려와 해루질을 하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수산자원관리법 등 관련 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있지만 이를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해경에 신고가 접수되지만 실제로 위법 행위를 적발한 사례가 없는 이유다.

생업 터전을 지켜야겠다는 마음과 기대 이상 짜릿한 손맛 사이의 경계가 이처럼 모호하다. 해루질이 새로운 레저의 하나로 떠오른만큼 적정선이 찾아져야 마땅하다. 해루질에 앞서 해풍에 그을린 어민들의 근심어린 얼굴을 떠올리며 ‘이러면//안 되는데’ 하는 시구를 그 기준으로 삼는다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