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당내 갈등의 파장이 만만찮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전원 사퇴 카드를 던지며 수습에 나섰으나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모양새다. 불협화음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예결특위 독식이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년 부산시와 부산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결특위가 신뢰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부산시를 견제하라고 표를 준 시민 입장에선 자리다툼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님은 분명하다. 조속히 당내 갈등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8대 부산시의회 마지막 예결특위는 여당인 민주당이 6개 상임위별로 1~3명, 야당인 국민의힘이 2명, 의장이 1명을 각각 추천해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예결위원들이 선출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박형준 시정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예결특위 진출과 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은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상임위별 예결위원 추천자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렸고, 위원장 경쟁도 뜨거웠다. “예결위원과 위원장 선출을 놓고 이번처럼 경쟁이 펼쳐진 적이 없었다”는 민주당 시의원 이야기가 그 증거다. 선의의 경쟁이라면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 것이 순리이나 민주당 안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시의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내 신·구 세력 간 해묵은 갈등이 불거진 결과라니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핵심은 예결특위 김민정 위원장과 예결위원 4명 등 모두 5명이 원내대표단 출신이라는 점이다. 원내대표단은 모두 7명이다. 이를 두고 같은 당 출신 예결위원 4명이 반발하며 예결위원직을 사보임했다. 민주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특위 구성과 위원장 선출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신상해 의장과 현 후반기 원내대표단이 중심인 ‘신주류’ 세력과 전반기 원내대표단 등이 뭉친 ‘구주류’ 세력이 예결위원장 선출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조철호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과 예결위원 중복은 우연의 일치일 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조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원내대표단 7명 전원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원내대표단이 여전히 예결특위를 장악하고 있고, 사보임 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김민정 위원장은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예결특위 정상 가동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양보와 타협은 없고, 당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반성하기 앞서 자기 몫부터 챙기자는 비대해진 의회권력의 단면 아니냐고 묻고 싶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는 선거의 해다. 집안 단속부터 먼저 하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