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전통시장의 위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다. 그런데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최근에는 아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급증하는 빈 점포 수가 잘 보여준다. 특히 중소규모 시장이 심각하다. 대형 시장은 그나마 버틸 정도는 되지만, 매장 면적 3000㎡ 이하 중소시장의 경우 황폐화 수준으로 방치돼 있다. 부산지역 전통시장의 빈 점포는 2018년 3477개에서 올해 1월 4032개로 늘었다. 대형 시장 122곳의 경우 점포 2만5802개 중 2260개가 비어 공실률이 8%대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형 시장 99곳은 점포 6187개 중 1772개가 비어 공실률 28%이다.

‘속 빈 강정’ 같은 현장 상황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 매장면적 1333㎡인 덕천시장은 지하 1층~지상 2층에 69개 점포가 있지만 절반 가까운 33개가 비었다. 특히 도로에 붙은 1층은 사정이 나아도 건물 2층은 전체가 빈 점포다. 매장면적 1354㎡인 부산진구 개금동 수양시장은 아예 건물 전체가 텅 비어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인근 종합새시장도 점포 70개 중 61개가 비었으니 ‘속 빈 강정’이긴 마찬가지다. 도로변을 낀 몇곳만 영업할 뿐,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빈 점포다. 상인들은 “못 살겠다”는 아우성을 지를 힘조차 잃었다.

주된 원인은 역시 온라인으로 급변한 유통 환경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 원으로 전년 보다 19.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대치다. 전체 소매판매액 475조2195억 원 중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거래액의 비중도 27.2%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유통 질서 급변기에 생존하려면 발 빠른 대응 전략이 필수다. 그런데 문제는 오프라인 점포 축소, 배달앱 활성화 등으로 맞춤 전략을 펼치는 대형마트와 달리 중소시장은 그럴 여력과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중소 전통시장의 붕괴는 서민 삶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이미 자생력을 잃어버린 시장 상인들에게만 해결을 맡겨둘 수 없다. 현장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손님이 줄어 빈 점포가 늘면 오던 손님들도 “썰렁하다”며 발길을 끊는다. 상인이 줄고 회비 미납률이 높아지면서 번영회는 힘을 잃은 데다 고령화까지 겹쳤다. 일부 시장에선 상인과 지역 건설업체가 의기투합해 재건을 위한 재개발에 나서보지만, 작은 면적에다 상업지역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채산성 문제로 애를 먹는다. 결국 악순환의 꼬리를 끊기 위해선 지자체와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시설 지원에만 예산을 퍼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통시장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소프트웨어형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박형준 시장의 공약인 ‘15분 자족형 도시 프로젝트’를 중소시장 중심으로 전개하는 전략도 시도해볼 만한 방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