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점입가경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1100명 대였던 전날보다 무려 465명이나 증가한 16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기록한 역대 하루 최다 기록인 1378명을 훌쩍 넘긴 신기록이다. 가히 폭증이라 할 만하다. 이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시작된 ‘4차 대유행’ 여파가 최근에는 부산 경남을 포함한 비수도권까지 급격히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정부가 수도권의 4단계 방역 지침을 유지한 채 오늘부터 세종과 전·남북, 경북을 제외한 비수도권 전체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비상조치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방역 단계 조정 등의 발표만으로 국민의 위기감이 가실지는 의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역 조치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단계별 조치 이행이 필수적인데 최근 들어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의 상실은 ‘방역’과 ‘백신 접종’이라는 양대 정책 수단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방역단계 완화 초기인 7월 첫째 주 하루 평균 700명 대였던 확진자가 둘째 주에 1200명 대로 급증한 데다, 지난 12일에는 50대 접종 예약이 반나절만에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곳곳에서 정부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내며 불복종하려는 움직임까지 속출하고 있다. 4단계 조치 대상인 경기도에서는 14일 새벽까지 유흥시설과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등 총 35개 업소, 199명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에서는 14일 확진자 3명을 비롯한 총 8명이 자가격리를 위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전국의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은 “자영업자만을 희생시키는 방역 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며 도심 차량시위 등 단체행동을 공언하고 나섰다.

1년 반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코로나 전쟁’에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책 신뢰를 잃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그것의 출발점은 우선 어제 발표된 55~59세 예약 재개를 포함한 백신 접종 일정의 차질 없는 이행에서 찾아야 한다. 애초 19일 재개 방침에서 14일 오후 8시로 당긴 것은 사태 수습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반갑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진솔한 사과도 적절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따라서 국민도 불신과 노여움을 접고 다시 한번 강화된 방역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옳은 처사다. 과거 잘못을 탓하기 보다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민관의 협력이 빛나야만 ‘코로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정부도 심기일전하고, 국민도 세계 1등 수준의 지혜와 인내를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