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어제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시장은 김부겸 국무총리 명의로 작성된 유치신청서를 통해 2030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간 부산항 북항 일대에서 등록엑스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은 2030 등록엑스포 공식 후보도시가 됐다. 인정엑스포는 1993년과 2012년 대전과 여수에서 개최한 적 있지만,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이벤트로 불리는 등록엑스포 유치 추진은 처음이다. 등록엑스포를 유치하면 43조 원의 생산, 10조 원의 부가가치, 50만여 명의 취업 등 유발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2030 등록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2023년 11월까지 28개월 남았다. 시와 정부가 유치 성사를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하는 시간이다.

문제는 행사 장소다. 당초 해양수산부는 행사장으로 사용될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의 착공 시점을 BIE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하기 전인 2023년 초로 잡았다. 그런데 최근 착공 시점을 2024년 상반기로 1년 이상 연기했다. 엑스포 개최 전에 행사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등록엑스포를 개최하려면 참가국들이 전시관을 지을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이 완비된 땅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찾는 BIE 실사단에게 착공도 하지 않은 행사 현장을 보여준다면 감점 요인이 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을까.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지와 인접한 미군 55보급창(21만7000여 ㎡) 이전도 풀어야 할 문제다. 200여 국가, 5000만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방문객을 무리 없이 맞이하려면 55보급창까지 포함한 넉넉한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55보급창을 부산신항 남쪽 잡화부두로 이전하기 위해 시와 미군 측이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 성사 기대를 가졌는데, 부산항만공사(BPA)의 반대로 방법이 묘연해졌다. BPA는 “잡화부두는 이미 항만기본계획을 통해 수리조선, 잡화, LNG벙커링 입지로 확정된 곳”이라며 55보급창 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행사장조차 아직 확보돼 있지 않으니, 과연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박 시장의 말처럼 가덕도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제2 센텀시티 조성 등 현재 추진 중인 각종 프로젝트와 엑스포를 연계하면 부산과 남부권의 회생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하는 유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부산은 북극항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이면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세계문명의 요충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2030 부산엑스포 주제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비전이 있겠는가. 그런 만큼 시와 정부는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5일 김 총리가 엑스포 유치 지원차 북항을 찾는다고 한다. 행사장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