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X파일과 관련해 정가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범야권 인사들은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여당을 향해 “국민의 피로감과 짜증만 유발할 뿐이다”(이준석), “음습한 선거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운다”(김기현), “정치공작의 시간이 시작됐다”(안철수)며 역공을 쏟아내고 있다. X파일과 관련해서는 여당 대표가 변죽을 울린 데 이어 야권으로 분류돼온 인사의 내부 폭로까지 나왔다. 여야 뿐만 아니라 야당 내에서도 ‘윤석열 파일’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파일’의 불씨를 먼저 당긴 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지난달 친여단체 집회에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대표가 증권가 찌라시 수준이던 X파일의 실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난 주엔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 한 인사가 “파일을 입수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이 무척 힘들겠다”고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파일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는 모두 “읽어봤는데 이런 내용이더라”라는 전언이다. 그것도 구체성 없이 ‘4월분과 6월분 두 가지 버전이다’ ‘처가 뿐 아니라 개인 비위도 포함돼 있다’ 등의 수준이다. 그러나 대권 주자로서 윤 전 총장의 입지를 감안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임명되기 전 청와대 인사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쳤다. 당시에도 부인을 포함한 처가와 윤 전 총장 개인의 처신에 관한 의혹이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중 일부는 별 탈 없이 넘어갔고 일부는 여전히 수사 중이다. X파일이라는 게 실존한다면 그동안 청문회나 언론에서 제기된 논란거리를 뛰어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파일을 봤다는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다. 진위 여부를 떠나 파일 자체는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치권 외곽에서 접했을 정도인데 여야 지도부에서 모른다면 그건 더 말이 안된다. 여의도를 떠돌고 있는 윤석열 파일은 더이상 정치인들의 공방거리로 소모할 소재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선거철만 되면 유력 인사의 비위가 담겼다며 어디선가 X파일이 튀어나온다. 명백한 거짓도 있었고 사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선거 내내 국민을 현혹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통령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할 최우선적인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이 입수한 파일을 찔끔찔끔 선택적으로 유통시키며 의혹과 억측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실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게 순서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진실이라면 내용 근거 출처를 공개하라”는 마당이다. 간단한 방법을 두고 연기만 피우는 건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의혹 양산이 목적이란 비판을 자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