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조직도, 계파도 부족한 36세 이준석. 그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곳은 구글. 지난 5월 한달간 ‘이준석’을 키워드로 한 검색량은 16만5000여 건으로 나경원 후보보다 5배 이상 많다. 검색 추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바일 구글 트렌드 역시 ‘이준석’은 상승 곡선을 그린 반면 경쟁자였던 ‘나경원’ ‘주호영’은 정체거나 하락세. 결국 이 신임 대표는 선거인단(70%)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뒤지고도 여론조사(30%)에서 58.8%를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보수층의 반문재인 정서와 중도·2030세대의 불만이 결합한 산물이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청년 대표를 바라보는 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보수정당에서 터져나온 ‘세대 교체’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는 “초선인 조수진·배현진 의원이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서 1·2위 한 것도 충격이다. 여야를 떠나 50대·남성·엘리트가 장악한 정치판을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야당을 공격할 때 필살기였던 ‘꼰대’ 프레임이 부메랑 돼 돌아올 처지에 놓인 것도 여당은 곤혹스럽다. 다음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보수야당 대표가 나왔다.

▶기성 정치를 못 믿겠다는 불신의 표출이다.

-민주당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획일화돼 있다. 다양성이 부족하다. 주요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당원이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새 인물이 필요하지 않나.

▶지도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 대표는 보수층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보다 보수에 하고 싶은 이야기로 승부를 걸었다고 했다. “정치 문법이 바뀌었다. (지지층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팔로워십’이 아니라 제가 이끌고 싶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리더십에 주목해달라.” 그는 또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공서열 중심의 사회시스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담겼다.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 대표의 당선을 “주도권 교체를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외침”으로 해석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963년생인데 이 대표는 1985년생이다. ‘유권자들이 내년 대선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것은 일부다. 대한민국의 주도권이 86세대에서 X세대(1970년대생)를 건너뛰고 MZ세대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라고 본다.

-‘세대 교체’는 왜 힘을 얻었나.

▶정치를 외면하거나 무관심했던 2030이 완전히 각성했다. 그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데 이어 100석 넘는 거대정당 대표에 30대를 앉혔다.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히려 이 대표에게 더 힘을 실어 사상 유례 없는 임팩트를 만들었다.

-이 대표가 잘 하리라 믿나.

▶내공이 상당하다. 누가 흔들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당선되면서 ‘보수정치 변화에 도움을 주려했던’ 내 역할도 사라졌다(웃음).

-여권의 위기감이 큰 것 같은데.

▶지금의 민주당은 새누리당 말기와 비슷하다.

신임 대표 선출의 환희는 순간이다. 이제 국민은 이준석의 ‘가치’에 주목한다. 보수언론이 ‘이준석 현상’이라고 열광하는 그 ‘현상’의 실체에 대해 묻는다. 이준석의 ‘자유’는 정글 자본주의를 의미하는가? 공정한 경쟁이란 능력주의인가? 여성·소수자 우대정책(할당제)을 폐지할 만큼 차별은 시정됐나? 경제철학은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는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에 기반하는가? 일자리·주거 불안과 불평등 심화에 대한 처방은 무엇인가? 이준석 돌풍은 ‘생물학적’ 세대교체를 넘어 구태정치 청산을 지향하는가?

여권은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들이 입에 달고 사는 서민과 중산층은 왜 보수로 돌아서는가? 지금은 ‘조국의 시간’인가? 촛불이 열망했던 개혁은 어디까지 왔나? 2030은 왜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 서보지조차 못하는 걸까? 4가지 질문에 우물쭈물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간다. 공동체 구성원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지체 현상’(우석훈 성결대 교수)이 지속되는 한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 트렌드는 오늘도 요동친다. 누가 더 많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달라지느냐에 따라 검색량이 폭등하기도 하고 사그라지기도 할 것이다. 그 혁신경쟁이 ‘이준석 현상’의 시작이 돼야 한다.

디지털국장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