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재정분권 실현이 요원해지고 있다. 당정이 1, 2단계로 추진 중인 지방세 비율 인상이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TF는 지방소비세율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올리고 노인복지비를 중앙이 전담하는 등의 개편안을 만들어 최근 정부에 넘겼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TF안보다 훨씬 후퇴한 조정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여당 뜻대로 확정되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2 대 28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마저도 이달 안에 당론을 확정짓고 입법 완료하겠다던 계획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내년 3월이면 끝나는 이 정부의 재정분권 현실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중앙과 지방의 재정분권 비율은 당초 6 대 4였다. 현재 8 대 2인 불균형을 임기 내에 이만큼 끌어올리겠다고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부 여당 관계자가 수도 없이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1단계 조정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국세와 지방세를 74 대 26으로 찔끔 개선하는데 그친 것이다. 그 와중에 6 대 4 비율은 장기과제로 미뤘다. 2단계 논의 때 2021년까지는 7 대 3을 달성하겠다 했으나 이마저도 목표연도를 2022년으로 1년 연기했다. 지금 속도로는 이 정도에도 도달 못할 게 거의 확실하다. 지방교부세율을 19.24%에서 19.91%로 높이겠다던 공언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가가 걷은 세금을 지방으로 넘겨 거덜난 곳간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당정은 코로나19 핑계를 댄다. 돈 쓸 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라에 없는 건 돈이 아니라 의지라는 걸 전국민이 안다. 코로나 와중에도 과열된 부동산과 증시 탓에 33조 원이라는 세금이 더 걷혔다. 전대미문의 국난이 닥쳤다고 반드시 세수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코로나 정국이 보여줬다. 초과세수의 용처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은 괜찮고 지방재정 확충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 17개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최근 5년간 이월금과 불용액이 30조 원 넘게 쌓였다고 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로 고정돼 있어 경제 규모 확장과 함께 늘어난 반면 학생수 급감에 따라 수요는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신규 세원 발굴이나 기존 지출의 구조조정으로 지방재정 지원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그 작업을 하지 않고 돈이 없다는 변명만 반복한다.

이 정부 들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과 지방일괄이양법 및 자치경찰제 시행 등으로 외형적인 지방분권은 상당 부분 진척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자체의 역할과 사무를 강화하고 넓히는 데는 반드시 재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재정자립도 30~40% 수준에서 완전한 자치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마지막 남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의 완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