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네덜란드 젊은이들은 ‘Urgenda(urgent+agenda)’라는 조직을 꾸려 정부가 기후위기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 국민을 위험에 빠트렸다며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젊은이들은 모든 재판에서 이겼고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12월 최종적으로 정부에게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적어도 25%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네덜란드의 이 재판 이후 벨기에 프랑스 아일랜드 인도 콜롬비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부를 고소하며 승소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젊은이들은 현재 기후문제로 EU 33개국을 유럽법원(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고소한 상태다. UN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관련 소송이 2017년 24개국 884건에서 2020년 38개국 1550건으로 늘어나 3년 만에 3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세계 각처에서 기후위기가 젊은이와 시민에 의해 법정에 서고 있다.
스웨덴의 18세 Iris Elmer와 20세 Anton Foley 등 젊은이들도 올해 초부터 정부를 고소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스웨덴 정부가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에 너무 느리고 자신이 세운 기후정책 목표조차도 달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지금 지옥으로 질주하고 있는데 그 누구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며 기후위기의 절박감을 호소했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는 것은 엄연히 UN의 아동권리헌장과 유럽인권헌장을 위배한 범죄행위라며 올 하반기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다. ‘오로라(Aurora)재판’이라고 명명한 이 소송 프로젝트는 대체로 10대와 20대 환경의식이 높거나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기존 연구자 환경운동가 인권운동가들과 교류하며 현재 전국의 젊은이들을 규합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의 깨어있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한다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자신의 정부들을 고소하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도 분연히 일어설 때가 아닌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사막화와 동시에 태풍 홍수 등 극심한 기후 변화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40개국 정상 영상회의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은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상향 조정하여 발표한 것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위 감축 목표를 재탕하여 국내외적 비난을 샀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주범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는 현재 58기가 가동 되고 있고 이것도 부족하여 7기를 더 건설하고 있다.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철 및 다른 산업들에 대해서도 손을 못 쓰고 있다. 경제성장이란 허울에 갇혀 기업과 재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5월 9일 이대로 가면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기후 및 환경운동가들이 우리나라를 ‘기후악동’으로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얼마 전 미국 앨 고어 전 부통령은 한국이 2030년까지 24.4%가 아니라 적어도 50%를 감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한국이 개최한 ‘피포지(P4G)’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상향 조정된 온실가스 감축을 내놓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공허한 말잔치를 그만두고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선진국 후진국, 진보 보수, 기업 개인을 따질 문제가 아니고 좌고우면할 시간도 없다. 온실가스 배출의 회복 불가능 시점이 코앞에 닥쳐와 있다. 파리기후협약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지키지 못하면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분연히 일어서서 정부를 고소하라. 그리고 세계의 젊은이들과 연대하여 종말로 치닫고 있는 지구를 구하라.
前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스톡홀름대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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