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3년 전인 2008년 4월 경남 통영시 미륵도의 북서쪽 해안에서 해발 461ｍ 미륵산 정상 아래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개통했다. 거제도를 제외하면 인근 바다를 아우르는 그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미륵산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비경은 그동안 보지 못한, 그래서 가히 가서 볼 만한 풍광이었다. 통영케이블카는 이날 운행을 시작한 후 8년 만인 2016년 4월 국내 케이블카 중 최단 기간에 탑승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당시 네티즌 2만 명이 뽑은 ‘한국 관광 기네스’에 선정된 데 이어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 관광의 별’ 등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추진과 건설 단계에서 통영케이블카는 지역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그 때문에 완공이 수년간 지체되기도 했지만 개통 이후 물밀 듯이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지역에 활기가 넘치게 되자 이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통영케이블카는 매년 100만여 명이 탑승하면서 ‘국민 케이블카’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통영케이블카는 이런 성공으로 이후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해상 케이블카 설치 바람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전남 여수의 해상케이블카가 또 한 번의 성공을 보여주자 케이블카 건설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경남에서는 통영케이블카를 개장한 후 10년 만인 2018년 4월 육지와 섬을 왕복하는 사천바다케이블카가 개장했다.
사천바다케이블카의 인기는 당장 통영케이블카의 인기를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왔다. 통영케이블카는 개통 12년 만인 2019년 8월 누적 탑승객이 14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연간 탑승객 수는 2017년 140만718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2018년 107만1424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두 자릿수가 됐다. 당시는 해외여행 붐으로 전반적인 국내 여행 수요가 줄기도 했지만 인접 지자체인 사천시의 바다 케이블카 개장으로 관광객이 분산됐다는 건 통영시에서도 체감한 바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지난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건설 바람은 현재진행형이다. 경남만 하더라도 이미 들어선 통영과 사천에 이어 하동 금오산 케이블카가 지난해 9월 착공했다. 거제의 노자산에 설치되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는 백지화 위기를 딛고 2018년 기공했다가 지난해 말 보전지역의 산림을 훼손해 공사가 중단된 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거쳐 간신히 공사를 재개하게 됐다. 이 두 곳의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거제 통영 사천 하동까지 경남에 바다를 조망하는 케이블카 네 곳이 가동된다. 넓지 않은 땅에 1시간 남짓한 거리의 해안을 따라 줄줄이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셈이다. 바다를 접한 경남의 지자체 가운데 케이블카가 없는 곳은 창원과 고성, 남해 세 곳만 남게 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주에는 울산시가 동구 대왕암공원에 해상케이블카를 내년 2월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케이블카가 2023년 완공되면 울산부터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있는 부산을 거쳐 경남의 끝인 하동까지 어딜 가나 쉽게 바다 케이블카와 만나게 된다. 풍광이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느 관광지에 가나 비슷한 관광기념품과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인접 지역에 들어선 케이블카는 지역 간 경쟁의 대상이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한정된 이용자를 서로 나눠 가지게 돼 각각의 지역을 찾는 이용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단체관광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여행과 관광의 패턴이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관광객들이 꾸준히 해상케이블카를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출렁다리가 그렇고 집라인이 그런 것처럼 케이블카도 앞서가는 한두 지자체는 큰 성과를 올리겠지만 뒤따라가는 지자체가 늘어나면 점차 작아지는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결과가 기다릴 뿐이다. 서로 모방하면 경쟁력은 사라진다. 앞선 지자체도, 따라가는 지자체도 언제까지 ‘황금알’을 낳아 줄지 고민해야 한다. 한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지자체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매력 있는 ‘스테디셀러’ 관광 상품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부국장 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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