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때보다 더욱 심각한 실물경제의 침체가 나타나자 각국은 정책금리의 대폭적인 인하와 한동안 주춤했던 양적완화정책이 다시 시행되었다. 또한 억제된 경제활동으로 야기된 대량실업을 극복하고자 상당수 국가는 긴급재난지원금과 함께 이른바 뉴딜정책이라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시행한 정책이 새롭게 부상됐다. 우리나라도 한국판 뉴딜, 나아가 지역균형뉴딜 등의 이름으로 현재의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 IT 등 미래산업 분야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제시됐다. 더욱이 지역균형은 이미 오래된 정책 과제로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지역이 오히려 쇠퇴하는 상황에서 지역균형뉴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초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수의 후보는 부산발전 전략의 하나로 인근의 울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이른바 부울경공동체를 위한 메가시티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부산시민의 기대는 커졌다. 사실 부울경은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 등으로 교류가 활발한 동남권 경제권역으로 상호 보완적이며 의존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역경제의 추락에도 울산과 경남은 여전히 조선 자동차 기계 등 과거의 주력산업이 어느 정도 건재하다. 부산을 포함해 이들 지역의 추락은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 부족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던가? 인접한 세 지역이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지금이 변화와 혁신으로 강력한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다. 게다가 지역 소재 대학도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의 대학들이 속출하면서 대학과 지역이 운명공동체가 됐다. 따라서 지금이 대학과 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지금껏 대학과 지역이 내세운 독자적인 생존 전략이 허울 좋은 구호라는 사실이 지난 20여 년간의 경험에서 입증됐다. 대학과 지역은 개별적인 생존 전략이 아닌 각자의 기득권과 우월감을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점에서 하나가 될 때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이 보일 것이다. 오래전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고 강조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는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지역대학과 지자체 그리고 산업체 간의 협력이 이루어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위해 더럼(Durham)에 위치한 듀크대학, 롤리(Raleigh)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그리고 채펄힐(Chapel Hill)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해당 지역과 상호 협력해 첨단연구단지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우수한 인재가 몰려오는 살기 좋은 역동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RTP의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간, 지역 간 협력, 나아가 대학과 지역 간 협력 등 다층적 협력 체제가 절실하다. 대학의 배타성과 지역의 이기주의를 과감하게 버릴 수 있을 때 메가시티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지역 발전도 가능하다. 대학의 위기도 함께 극복될 것이다.
그러면 다층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은 무엇일까?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다층적 소통 체계 확립의 선행일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성공적인 소통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즉 실효성 있는 소통 체제의 구축은 신뢰의 기반에서 가능하므로 각 지자체와 대학은 서로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작은 약속부터 지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뉴딜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국가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메가시티 전략으로 지역 간 협력 체계와 대학의 혁신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학 간 협력 체계가 구축되면 대학과 지역 간 협력체제, 즉 산학 협력이 활성화돼 대학과 지역이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수도권과의 격차 완화 및 지역의 미래를 위한 지역균형뉴딜도 성공적으로 추진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우수한 인재가 찾아오는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역동적인 부산이 펼쳐질 것이다.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ㆍ부산 차이나비즈니스 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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