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 내 국제아트센터 부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과 관련, 과거 부실했던 토양조사가 근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2011년 1월 한국환경공단에 의해 작성된 시민공원 토양정밀조사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기법 상 허술한 부분이 적잖았던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시 의뢰를 받아 진행한 한국환경공단의 토양정밀조사가 실제 오염 상황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초 잘못된 조사를 바탕으로 정화작업을 벌였으니 그 결과 또한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공원 부지 전체 토양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시민공원 토양 정화작업은 2011년 4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5개월 간 이뤄졌다. 대상 면적은 기름 오염 부지로 조사된 9만5877㎡였고, 전체 부지의 41.5%에 달했다. 정화작업은 토양정밀조사 결과서의 오염분포도에 근거했다. 당시 조사는 공단으로부터 재의뢰를 받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캠프 하야리아’를 11개 구역으로 나눠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1786곳에서 6070개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이 중 기름 오염을 나타내는 석유계총탄산화수소(TPH)는 499곳 856개 시료에서 기준치(500㎎/㎏)를 초과해 검출됐다. 이 결과에 따라 북문 인근의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지 역시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달 3ｍ 정도 터파기를 했더니 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1600㎎/㎏)한 TPH가 검출돼 공사가 전면 중단된 것이다.

당시 조사는 말로만 ‘정밀조사’였지 실제는 ‘대충조사’였음이 속속 드러났다. 조사 결과 도출된 오염 분포 정도가 지나치게 좁게 제시되면서 실제 토양 정화가 필요한 부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주변으로 잘 번지는 기름의 특성을 고려해 기름 오염이 채취된 지점끼리 연결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오염 구간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시 보고서에는 시료 채취 지점 간 연결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오염 분포를 최소화시키려는 소극적 태도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오염 분포 정도가 축소되다 보니, 정화 대상이 아닌 곳에서 유류가 계속 발견되기도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 대책이다. 명확한 원인과 책임 규명, 그리고 진정으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공원’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그런데도 1차 책임 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니 기가 찬다. “하자 처리 기간이 없는 사업이고, 당시 작업은 검증까지 다 마쳤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 청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고, 필요하면 구상권 청구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부실한 조사에 따른 부실 정화작업이 이뤄진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현재 아트센터 부지 뿐만 아니라 공원 전체에 대한 재조사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원과 시민이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