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형배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2명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교육기본법 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 내용을 ‘모든 시민이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으로서 사회 통합 및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개정하자는 것이다. ‘홍익인간’을 삭제하고 ‘국민’을 ‘시민’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왜 이런 개정안을 발의했을까?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교육부 예산으로 진행한 보고서 ‘학교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총론 연구’에 답이 있다. 이 보고서는 홍익인간의 개념이 모호해서 삭제하고 민주시민으로 대체할 것을 제시했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은 단군조선 건국이념이다. 별 내용도 없는 개정 시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역사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며, 대한민국임시정부 강령은 홍익인간을 국가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규정했다. 홍익인간 삭제는 역사의 정통성을 삭제하는 것이다. 단군조선은 없었다고 떼쓰는 매국 식민사학자들은 단군조선 건국이념을 삭제하면 단군조선 완전 삭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회심의 사건으로 환호할 것이다. 이러니 개정안을 낸 국회의원들과 보고서를 낸 연구자들 역사관이 수상하다.

홍익인간 개념이 모호하다는 연구자나 국회의원은 홍익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홍익인간은 갑자기 어느 개인이 제시한 이념이 아니다. 우리 전통 선도(仙道)사상이 구현하고자 하는 최고의 가치다. 우리 역사서에서 선도사상은 인간(人)을 하늘(天)과 땅(地)의 ‘밝은’ 기운을 받은 ‘밝은’ 존재로 인식한다. 밝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모든 인간은 소중하고 평등하다. 사람의 밝은 기운은 살아가면서 흐려질 수 있어 세상의 밝음도 약해질 수 있다. 이에 심신 수련을 통해서 원래의 밝음을 유지하고 확충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상태가 성통(性通)이다. 성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밝혀 이롭게 하는데 이것이 공완(功完)이다. 성통과 공완이 일반화되면 사회 전체가 밝아지고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홍익인간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지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자유·평등·상생 등 민주주의 가치를 포괄하는 사상이다.

홍익인간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단군은 지극한 공완의 경지에 이른 지도자다. 인류 역사에서 상고시대부터 이런 실천적이고 이상적인 건국이념을 가진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홍익인간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념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심신 수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선도사상은 실천할 수 없는 사변론에 불과해진다. 역사에서 보는 단군조선 국자랑(國子郞), 북부여 천왕랑(天王郞), 고구려 조의선인(皁衣仙人), 신라 국선화랑(國仙花郞), 백제 무절(武節), 고려 재가화상(在家和尙) 등이 선도 심신 수련을 통해 국가의 기둥이 되었다. 우리 역사의 부침은 대략 선도사상의 부침과 시기를 같이 한다. 조선에서 성리학이 국시가 되자 선도사상은 무속으로 추락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대일항쟁기에 대종교를 통해 부활하여 독립전쟁의 강력한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심신 수련을 통한 성통·공완은 오늘날에도 가능하다. 수련을 통해 밝은 심신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신 수련을 가르친 초중고에서 학교 폭력과 왕따가 현저히 줄어들고, 노인도 수련으로 심신 건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신 수련은 홍익인간에 도달하는 실천이고, 이는 우리의 고대사를 풀어가는 핵심 열쇠기도 하다. 1980년대 중국 동북 지방에서 발견된 인류 최고의 홍산문화가 우리 선도문화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홍산문화의 제단(壇) 사당(廟) 옥기 등이 선도문화 원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이 기를 쓰고 홍산문화가 자기 문화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눈으로 보니 우리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상고시대부터 선조들이 선도의 심신 수련을 실천하고 홍익인간 사상을 물질적으로 구현하였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핵심인 홍익인간을 지우고자 하는 논리 개발에 교육부가 국민 세금으로 자금을 대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삭제 법안을 냈다. 홍익인간이 수난을 겪는 이 수상한 현실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한다. 다행히 교육기본법 개정안은 철회되었다. 많은 국민이 선도 수련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롯데장학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