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부터 60세까지, 많은 사람이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 부른다. 한 직업의 전문가로서 능력과 체력, 경제력까지 어느 것 하나 크게 뒤처지지 않는 안정적인 시기다. 이보다 어릴 때는 체력이 좋은 반면 경제력이 약하고, 이보다 나이가 많아지면 경제력에 비해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이 시기가 인생의 황금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자각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다. 집에서는 아이들을 키우고, 일터에서는 커리어를 쌓아가느라 20년의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핀 줄도 몰랐던 꽃이 시들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하루하루를 음미해봐야 한다.

	그림= 서상균 기자

정신 차리고 몸과 마음을 살펴보니 대부분 피로하고 지쳐있다. 과즙을 다 짜낸 오렌지처럼 껍질만 멀쩡하고 속은 말라 있다. 어린 시절 촉촉했던 감성은 어디에 가고, 바짝 마른 마음만 남았다. 슬프고, 아프고, 무서워도 그렇지 않은 척 버티느라 마음속 과즙이 모두 말랐다. 마음속 아이의 감성을 내어주고 어른의 체면을 지킨 셈이다.

점점 의심은 많아지고 불안과 우울은 자주 찾아온다. 쉽게 상처받고 쉽게 절망한다. 뭔가 마음이 불편하고,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점점 커진다. 이곳저곳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하고 한 번 다치면 잘 낫지 않는다. 한 병원에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병들이 늘어나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찾아온다.

괜찮다. 이 모든 현상은 의식 깊은 곳의 또 다른 내가 ‘균형을 잡아보려는 시그널’이니까.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돼!’ 라는 목소리이자, 삶의 균형을 다시 잡아보려는 몸부림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이쪽 저쪽 돌려가며 음색이 깨끗한 지점을 찾아내듯,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낼 때까지 몸과 마음의 지직거림은 계속된다.

이 순간, 내 마음과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을 피하고 싶은가?’ 스스로 물어보고 솔직히 직면해야 한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싫지만 어른스럽게 버텨냈던 것들’은 최대한 피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며 삶을 재조정해야 한다. 억지로 꾸역꾸역 버티다간 몸과 마음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몸과 마음의 큰 병(암, 중풍,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막기 위해 리셋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마음속 진짜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다가는 원치 않는 시기에 원치 않는 모습으로 쉬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속에서 두 가지의 상충되는 가치가 충돌할 때 신경성이라는 병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 ‘가족을 위해 이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마음과 ‘더 버틸 수 없어! 탈출하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가 충돌할 때 우리 몸은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두통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더 큰 병을 만나기 전 경고의 시그널인 셈이다. 감사하게도 인체는 레드카드를 꺼내기 전에 옐로우 카드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 경고의 시그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봄을 맞아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자그마한 노트를 사서 ‘내가 가장 싫고 두려운 것, 마음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인간관계, 몸과 마음에서 걱정되는 부분’을 적어보자. 그리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자.

봄맞이 대청소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새 가구를 들이는 것으로 마무리 하듯, 내면의 정리기간이 끝나면 감성의 과즙을 채울 시간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러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하자.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영혼은 중요한 변화를 경험한다. 그리고 삶의 균형을 찾아간다. 마음속 어둠에는 빛이 들고 어릴 적 잃어버린 삶의 소명을 찾을 수도 있다.

만남을 피했던 내면의 진짜 나와 만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어른스러움을 내려놓고 어린 시절 철부지 나와 자주 만날수록 우리는 건강해진다. 그 시절 빛나던 우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그 빛을 만나러 가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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