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지난 8일부터 직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자진 사퇴한 지 거의 1년 만이다. 새 시장이 뽑힌 만큼 시민도 안정적인 시정을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낙마한 오 전 시장은 부산의 변화를 갈망했던 시민과 지역사회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겼다. 시민이 느껴야 했던 자괴감은 말할 것도 없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시정 공백으로 부산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다. 특히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의 역할은 커졌지만,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시정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혹자는 시정은 공직사회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행 체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은 시정이라는 시스템의 핵심 부품이다.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공직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는 ‘메인 보드’다.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일부 정무라인의 지나친 간섭으로 ‘시정이 산으로 갔다’는 것은 지역 관가와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오 전 시장의 사퇴로 대행 체제가 된 이후로는 시청 내부에서조차 ‘부산시청은 휴가 중’이라는 조소가 나올 정도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이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에 참가하기 위해 사퇴하면서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시정의 공백은 오롯이 시민의 피해로 돌아왔다.

박 시장은 지난 1년간 흐트러진 공직 기강을 바로 잡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에게 피부에 와 닿는 시정을 펼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과 인구 감소, 가덕신공항 건설과 북항 재개발, 해상 케이블카 등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견인할 어젠다의 실행과 설정 등 한시가 급하다.

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를 부여받은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부산시의회와의 협치 문제다. 현재 시의원 정원 47명 중 3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회와의 협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정은 다시 공회전할 우려가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신상해 시의회 의장은 선거 직후 협치를 공언했고 박 시장도 시정의 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그럼에도 신 의장이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부산미래혁신위원회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고, 오는 26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선거 기간 불거진 박 시장의 각종 의혹 등에 대한 핀셋 검증을 예고했다.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의회가 시정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고유의 기능이다. 하지만 진영 논리로 ‘발목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다면 시정은 다시 엉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피해를 봤던 시민이 또 다시 시장과 시의회의 불협화음으로 발생하는 시정의 마비를 겪어야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민심이라는 ‘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 몸소 체감했을 것이다. 오로지 시민만 보고 가야 한다.

박 시장도 ‘내부 협치’에 힘 써야 한다. 오 전 시장 재임 시절 때 정무라인이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내부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시장과 공무원 조직 간 화학적 결합의 방해 요소로 작동했다.

특히 매머드급 조직인 미래혁신위원회가 자문기구의 역할을 넘어 시정에 혼선을 초래한다면 이 또한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시민은 부산의 발전을 위해 시장에게 인사권을 위임한 것이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벌써 일부 캠프 인사가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