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직자 부동산 전수조사의 대상과 범위가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부산 여야정이 구성한 특별기구의 실무TF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갖고 부산시 공무원과 관련 공공기관 직원, 전현직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원,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등 거론되던 대상자 외에 이들이 대표나 최대주주인 법인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전문적인 투기꾼들은 차명은 물론이고 법인 설립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간도 2010년까지 소급한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나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맡은 국민권익위원회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대상 기간 지역 등의 확대는 그물을 넓게 쳐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임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의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실질적인 성과다. 당초에는 부산시청 고위직만 해당됐으나 시청 전 직원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당사자만 5000여 명으로 늘어났고 그들의 직계 존비속과 법인까지 합하면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지는 원래 강서 기장 엘시티 등 세군데였으나 이것 역시 에코델타 유통단지 물류도시 오리단지 일광지구 센텀2 등 6곳이 추가됐다. 면적은 11.67㎢에서 34.31㎢로 3배나 넓어졌다. 그것도 11년치 거래내역을 전부 뒤질 계획이다. 조사에 투입될 인력과 기간이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정보 조회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나 차명 거래는 이런 투망식 으로도 실체를 밝히지 못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만약 아무 성과없이 용두사미로 끝나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쇼만 벌이다 말았다는 비난을 듣기에 딱 좋은 모양새다.

본질과 큰 상관 없는 신경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여야의 모습도 시민에게 큰 신뢰감을 못 주고 있다. 조사위원 선정 잡음 말이다. 여당에서 추천한 조사위원을 야당이 반대하면서 특별기구는 아직 정식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여야정은 당초 각자 전문위원을 3명씩 추천해 9명의 조사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누가 조사위원으로 참여하는가는 추천권자의 재량이라는 뜻이다. 피추천인에게 현저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는 한 다른 당에서 이를 문제삼아 전체 일정을 멈추는 건 옳지 않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산더미인데 조사단이 출발도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끌다가는 공직자 부동산 조사 카드의 진의를 진짜 의심받게 된다.

부산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 전원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투기 조사는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일이다. 그만큼 시민의 관심이 높다. 가뜩이나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직자들의 부도덕성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마당이다. 부산 여야정이 이 문제에 있어 다른 지자체를 선도하기로 했으면 한시라도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계좌추적같은 수사 행위가 아닌 이상 기계적인 업무량이 많을 뿐 부동산 공부 대조는 그리 복잡한 일도 아니다. 곁가지 문제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