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하다 보면 유적을 발굴하듯 과거의 일기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지난날의 자신과 마주함은, 오늘 밤 이불킥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본적 없는 나만의 비밀, 잊고 있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는 희열감에 젖기도 하고, 앞으로의 추가 이불킥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나를 탐독하게 됨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유적발굴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묻혀있던 지난날 흔적과의 조우는 그 자체만으로 설렌다.

역사책에서 글로만 배웠던, 성인이 되어 까맣게 잊혀졌던 ‘익숙한 미지’가 주는 감동과 선조들의 지혜는 발견한 순간부터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대의 유물로 재해석되어 그 가치를 후세에 전하게 된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유물을 발견함에 있어서는 이불킥이 없고, 발각될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최근 학교폭력, 성범죄 등 자신의 과거 행적에 발목을 붙잡힌 여러 사람들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프로 운동선수, 감독, 인기 연예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코트와 연예계를 떠나고 있다. 이들의 행적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린 날의 치기도, 감동도 교훈도 아닌, 이불킥만으로 끝나지 않는 추악한 과거들 일색이다.

가히 ‘유레카!’라고 외칠 만한 대단한 ‘발견’임에는 틀림없다. 겉모습에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으니 실체를 알아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발견이라는 단어의 체면을 보아서라도 ‘발각’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발각은 현실공간에서 감춰진 부정적인 일들이 사실로 판명되면서 이로 인한 결과에 심판적인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발각’된 누군가의 과거 행적들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그 내용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게 된다. 마치 블랙홀 마냥 주위의 관심과 시선을 끌어당기고, 역사의 모래 속에 묻혀도 수백 번은 묻혔을 화석 수준의 과거까지 빠른 속도로 끌어당긴다. 블랙홀의 크기만큼이나 주목도가 크면 클수록 수면위로 끌어내는 과거의 무게도 상당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발각’ 혹은 ‘발견’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발 없는 말이 되어 지구 세 바퀴를 도는 데 단 1초도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천지가 개벽하고, 생명체가 탄생하며, 질서가 확립되어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초연결의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에 살고 있다.

스마트 기술의 비약적 성장으로 스마트 디바이스가 확산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상호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서로 단절되어 있던 정보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완성된 것이다. 발각과 발견의 개인화를 연결하는 디지털세상의 모습인 것이다.

디지털세상에서의 과거 소환은 이전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물리적 시간을 가뿐이 뛰어넘을 뿐더러, 과거의 데이터를 조합하고 끌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초에 불과하다.

자료가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땅에 삽질할 필요도 없다. 데이터로 남겨진 이 시대의 과거란, 누구나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현재의 서랍일 뿐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각자 나름대로의 서랍 속 일기장을 꺼내 들고 자랑스러웠던, 혹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곱씹으며,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는 7일 부산과 서울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2일과 3일 진행된 사전투표의 참가율이 역대 재보선 최고치인 20.54%(서울 21.95%, 부산 18.65%)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 재창출론’과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여야간 네거티브도 가열되고 있다.

재·보궐 선거까지 남은 시간, 발견과 발각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한 표의 향방이 곧 우리의 미래이자, 후손들의 과거가 되어 ‘발견’되거나 ‘발각’되는 역사의 한 획이 될 것이다.

예술은 공유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