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 19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미국과 중국은 심각하게 대립했다. 문제는 문 닫고 진행한 회담이다. 회담이 끝나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워킹그룹’(joint working group)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미국 회담 대표인 블링컨(Blinken)도 “이란, 북한, 기후변화 주제에 대해서 매우 솔직한 대화를 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같은 날 보도했다. TV앞에서는 긴장과 대결을, 문을 닫고서는 대화와 협력을 한 것이다.
그러면 미중이 앞으로 만들어갈 각본은 무엇일까?
공동워킹그룹은 이들에게 매우 익숙하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2013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미중 전략경제 워킹그룹’을 만들어 운영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주인공들이 앵커리지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11월까지 운영했던 과거 워킹그룹 성과는 세 가지다.
첫째, 이 워킹그룹을 통해 미중은 20년 이상 대립해온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한다. 미중이 합의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다.
둘째, 청정에너지, 그린도시 등 9가지 탈탄소 영역에서 정부 간 협력과 성과를 만든다. 현재 중국의 녹색산업은 이렇게 시작했다.
셋째, 미중은 무역협정에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하는 합의를 했다. 이렇게 하면 미중에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고, 청정기술과 금융이 필요해진다. 2013년 워킹그룹을 만들면서 미국은 청정기술 표준 금융을 이들에게 팔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로 중단되었다가 앵커리지에서 부활한 현재의 워킹그룹 목표는 무엇일까? 신화통신이 보도하지 않은 각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계획은 있었지만 진행 못한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무역에 온실가스를 통합하는 일이다. 유럽연합도 바라던 바다. 미국 중국 유럽은 다른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아니면 이들이 수출하는 상품에 탄소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둘째, 새로운 정책을 다른 나라들이 수용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시진핑도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금 미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과 금융지원 중단 절차를 밟고 있다. 미중은 현재 제조업, 수입상품에 대한 구조 전환에 돌입했다. 다른 나라들도 따라와야 실현이 된다. 이를 위해 미중은 자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개도국에 청정기술과 대규모 녹색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개도국 정부들도 석탄보다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무역과 기후의 통합 청정기술 녹색금융으로 지구촌을 이끄는 것이 미중 공동워킹그룹의 목표다.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세계의 경제와 금융 무역 외교를 재편하는 것이다.
오는 4월 22일 지구의 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정상회담을 연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우리나라 대통령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기후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유럽은 탈탄소 시대를 본격 열 것이고, 그 실행을 미중 공동워킹그룹이 담당한다.
작년 10월 탄소중립 선언은 했지만, 준비가 안 된 우리나라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은 조만간 현실화될 탄소관세를 걱정한다. 석탄 관련 산업들도 한꺼번에 좌초자산으로 바뀔 것이다. 금융싱크탱크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 규모가 1060억 달러(120조 원)라고 한다.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할 처지다.
비상한 시점이다. 우리도 비약적 전환을 위한 전략과 역량,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바이든 정부처럼 우리나라도 매년 124억 달러(14조 원)에 달하는 화석연료 보조금, 지원 금융을 탈탄소로 전환해야 한다.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신임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2021년은 탄소중립을 본격 시작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탄소중립 주무 부처의 수장이 필사적인 의지로 대담하고 정의롭게 실천해야 비로소 역사적인 전환을 할 것이다.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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