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에 벚꽃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우주는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서로 번갈아 순환하며 만물을 생성한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일양래복(一陽來復)을 떠올려본다. 이는 양기(陽氣)가 음기(陰氣) 속에서 다시 움트기 시작함을 뜻한다. 24절기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를 의미한다. 자연에서는 일년 중 하지(夏至) 때 처음 음이 아래에서 생기기 시작해 양을 밀어내면서 가을과 겨울이 된다. 동지가 되면 다시 아래에서 양이 싹을 띄워 봄과 여름을 준비한다. 동지가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니 양기가 움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교의 경전인 역경(易經)에서는 궂은일 속에서도 행운은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는 지뢰복괘(地雷復卦)를 일컫는다. 이 괘는 무너진 세계가 다시 회복되고 난세가 지나 다시 치세가 시작됨을 나타낸다.

힘들고 어려웠던 작년 한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그동안 겪어보지 않았던 일상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빼앗겼고 열심히 돌아가던 대한민국의 경제 바퀴 또한 삐걱거리고 있다. 준비없이 맞닥뜨린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소상공인들의 몰락과 심각한 취업난을 야기했다.

겨울잠을 자던 만물이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한 춘분의 계절이 왔다. 일상의 움직임은 여전히 많은 제약을 받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으나,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고 봄 기운이 기지개를 켜듯 사회 전반에서는 일상을 조금씩 되찾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이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종식에 대한 한 줄기 희망을 품어볼 수밖에. 미국의 여성 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시에서 말하듯 이 모든 악재들은 결국 언젠가 다 지나가고 말 것이다.

필자 또한 40년 가까이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짙은 어둠이 가득했던 시기가 있었다. 젊은 시절 선친(先親)과 함께했던 사업가로서의 첫 시도는 누구나 그렇듯 시행착오와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현재의 자리까지 왔다. 가업(家業)으로 이끌고 있던 코카콜라 보틀링 사업은미국 본사로 넘겨야만 했고 그후 지금의 회사에서 처음으로 접한 주류업계로의 도전은 새로운 것과 배움의 연속으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그 어떤 빛보다 따뜻하고 매혹적인 어둠이었다. 절망보다는 헌신적이고 열정 넘치는 우리 직원들과 제품의 무한한 가능성, 이 두가지 요소가 엄청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자신감과 용기가 있었다.

결국 골든블루는 ‘위스키는 40도 이상의 독한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비로소 소비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 진입한 지 5년 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성장시키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때로는 시장의 텃세에 맞닥뜨리며 높은 진입 장벽에 의한 좌절의 쓴맛도 겪어야 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며 역경을 견뎌낸 결과 우리는 당당히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위치에 서있다. 후발주자였던 기업이 이제는 오히려 국내 위스키 시장을 리드하는 선발주자로 거듭난 지금,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주 맥주 증류주 시장까지 사업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며 골든블루는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 모든 게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을 견디면 온기가 감도는 봄이 오듯, 기업도, 사회도, 경제도, 인간의 삶도, 행운과 불행을 함께하는 것이 본질이며 절망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혜를 채워나간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어두운 구름이 이제야 조금씩 걷히고 있으니, 우리는 구름 사이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반길 수 있는 준비와 지혜를 갖춰가야 한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시간을 슬기롭게 사용해 일상의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야 한다.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 것처럼 부지런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다가올 활기찬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길 기대해본다.

2021년 신축년은 흰 소띠의 해로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고 한다. 상서롭다는 말은 복이 되고 좋은 일이 일어날 조짐이란 뜻이다. 소라는 동물이 갖는 우직함 참을성 근면함과 평화로운 이미지가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언젠가 인류는 코로나19와의 긴 사투에서 승리할 것이다. 그 시기는 머지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마스크를 벗고 해변가에 앉아 다가올 여름을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 모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시구처럼 ‘일양래복’을 믿고 오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내어 살아보자.

㈜골든블루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