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최근 사망자가 수백 명을 헤아린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대란을 거의 4, 5년마다 겪으면서 그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공공병원과 공공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얘기가 있었지만 매번 간호사와 의료진의 희생을 요구하며 힘든 상황을 겪어왔다. 작년 초 부산의료원이 처음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입원 중인 환자 전원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과정을 보면 다른 공공병원이 없다보니 의료급여환자들을 전원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공공병원 확충은 필요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동부산 권역에 제대로 된 응급진료센터가 없어 위급환자 발생 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분초를 다투는 환자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또 코로나19 3차 대유행 시 지역 감염 환자를 수용 할 수 없어 타 지역으로 이송해야 했고, 병상을 구하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았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정책의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전쟁 이후 대부분 의료시설 파괴와 전염병 유행으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했으나 1980, 90년대 들어서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부재로 민간의료기관이 급성장했다. 2000년대부터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보완하는 관계로 변화했다. 심지어 지방공사 의료원이 공공의 이익보다 경영상의 적자로 운영을 멈춘 사례가 있다.

공공의료 발전계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 및 확충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공공병원은 부산대병원 부산시의료원 보훈병원 원자력병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감염환자를 위한 병상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2019년 말 기준 전국 공공의료기관 현황은 221개 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4034개)의 5.5%에 불과하다. 부산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5%로 전국 평균 5.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공공병상 비율은 이웃 일본의 경우 27.2%인데 부산은 6%로 턱없이 모자란다. 또한 특정 진료과목이 수도권에 집중돼 그에 대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지방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공공의료의 취약 원인은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 공공병원 설립을 막는 ‘예비타당성제도’로 인한 투자 부족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의료원은 적자가 대부분이나 보험자가 운영하는 일산병원의 경우 적자를 극복하고 적정한 보험수가 연구, 건강증진 추구 등 순기능을 하고 있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서부산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은 운영 주체를 잘 선정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확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건강 증진을 위한 병원,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 도입등 전체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과제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의료에 대한 안전망을 의료인의 헌신에만 기대하면 안된다.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 및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특히, 동부산 권역 주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공공병원 확충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대한간호협회 부산시간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