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솔개 연, 날 비, 물고기 어, 뛸 약으로 중용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시경에서는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가는 말이다. 퇴계 이황도 심도 있게 연구했다고 한다. ‘하늘에는 솔개가 날고 물속에는 물고기가 뛰어 노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생동하는 힘찬 기운을 나타냄과 아울러 천지만물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처럼 솔개와 물고기가 저마다 나름대로의 타고난 길을 가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이치이다. 장 자크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노자의 무위자연설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연비어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명철학을 담은 네 글자이며 살아 생동하는 우주만물의 법칙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연비어약에 관한 율곡의 일화를 들어보자. 율곡은 19세 때 금강산에 들어가 어느 도승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가 있습니까?” 율곡은 이렇게 답했다. “연비어약이 곧 비공비색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비공비색의 생명철학이 유교에서는 연비어약과 같다는 말이다. 비공비색의 뜻은 비어 있는 것도 아니고 물질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는 곧 정신, 나아가 생명을 나타낸다. 연비어약은 시경에 나오는 ‘연비여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라는 말을 요약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위로는 솔개가 하늘에서 날개치고 아래로는 연못 속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그 모든 것이 생명이 태동하는 자연의 조화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솔개는 솔개대로, 물고기는 물고기대로 저마다 영역이 있듯이 인간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영역을 지키면서 서로 그 영역을 간섭하거나 침범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인간에 국한해 생각하면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 하늘이 부여한 그 영역 안에서 모든 사람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그 누구도 남의 생명을 훼손하거나 빼앗을 권리가 없는 것이다. 강이 구불구불 자기 멋대로 흘러가더라도 그 강에 인위적으로 손을 대어 변형을 시키면 그때부터는 자연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 자연인 것이다. 거기에 간섭이 들어가면 자연은 다치거나 자연의 생명력은 훼손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이처럼 모든 것을 내주고 모든 것을 감싸 안으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자연에 인간은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오히려 인간을 위한다는, 인간의 생활을 개선해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워 온갖 형태의 자연 훼손과 파괴를 자행한다. 자연이라는 글자는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으로 이루어졌기에 자연을 구성하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자기 갈 길을 감으로써 자연이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에 간섭이 들어가거나 변형을 시도하면 자연은 다치게 되고 자연의 생명력은 훼손된다. 자연의 훼손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종말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듯이 더불어 살아야 하는 그 전제에는 자연의 보호와 자연의 혜택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도 어리석은 인간의 근시안적 자연 훼손과 파괴의 끝은 파멸과 인류 멸망으로 귀결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오염, 공해, 지구온난화, 적조, 녹조, 큰 산들의 만년설 감소, 남극과 북극 빙하의 현저한 녹아내림 등은 자연 파괴와 이에 따른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편 건설과 개발을 빙자한 세계 곳곳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훼손 등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한 것일지는 몰라도 긴 안목(眼目)으로 보면 자멸을 초래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생태계는 이미 파괴돼 먹이사슬의 균형은 깨진 지 오래고 뒤늦게 희귀 동물의 보호에 눈을 돌리지만 이미 깨트린 생태계를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깊은 산속의 호랑이, 초원을 누비는 늑대와 여우, 푸드득 하며 날아오르는 매와 꿩, 인근 숲속에서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고라니,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다람쥐와 산토끼는 이제 동물원의 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정녕 꿈에 불과한 안타까운 현실이란 말인가?

여기다가 두뇌가 명석하다고 자랑하는 어리석은 인간은 그 머리로 온갖 재래식 무기는 제쳐두고라도 원자폭탄, 수소폭탄, 중성자탄에다 그것도 모자라서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세균폭탄까지 개발에 열을 올리니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연구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다만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연비어약이 우리에게 가르치듯이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둘 때 비로소 인간에게 가장 많은 것을 준다. 이를 가슴에 새겨 더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와 후손을 위해.

부산시화물자동차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