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부산지역 공공의료 시설 확충을 위한 지역사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동부산권 공공병원 후보지로 거론돼온 옛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다니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보험자병원이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 공공병원이다. 종합병원급 시설 및 의료진에다 생명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아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분야까지 아우르는 병원이다.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중증의료나 산모·신생아·어린이 의료, 감염 및 환자안전 등이 해당된다. 국내에는 2000년 경기도에 들어선 일산병원이 유일하다. 성사만 된다면 동부산권 의료환경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불안감도 고조된 시점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

우선 부산시의 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시는 애초 부산의료원에다 동·서부산권에 각각 공공병원을 추가해 ‘부산형 공공의료 벨트’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부산의료원은 신축하고, 동부산의료원은 2017년 7월 파산한 침례병원을 재활용키로 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초 2187억 원의 국·시비가 투입되는 서부산의료원에 대한 예타 면제가 확정돼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침례병원이 대상에서 제외되자 시는 보험자병원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보험자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승인하며, 재원도 국비로 조달 가능한데 신축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정치권 역시 시와 의기투합한 상태다. 여야 모두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전환’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중요 공약으로 채택했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위한 민관 공동 TF’도 정관계의 노력에 발 맞춰 다시 한번 정부 압박전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시는 현 부산의료원 출연금 수준인 연간 50억 원의 재정지원까지 약속했다. 지역사회 전체가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전환을 촉구하는 이유는 동부산권의 공공의료 및 필수의료서비스 확충이 절실해서다. 실제로 침례병원 폐업 직후 기장 정관의 임신부가 이상 징후를 느끼고 산부인과를 찾아 병원을 8곳이나 헤매다 결국 유산하기까지 했다.

관건은 승인권을 가진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의 태도가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고 하니 의아하다. 이미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 및 방안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어서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완성을 위해선 적정 수가 설정을 위한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도 미적거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부산은 6대 도시 중 공공의료서비스 수준이 가장 낮은 반면 지역 내 4개 의과대학이 있어 우수 의료진 확보에 가장 유리한 곳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전환 승인을 통한 공공의료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다. 정부의 과감하고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