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신규 확진자가 전날(457명)보다 164명 늘어난 621명을 기록했다. 우려했던 설 연휴 가족 모임에 따른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각각 2단계와 1.5단계로 완화한 터라 여간 난감하지 않다. 이러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도 전에 상황이 악화돼 4차 대유행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자못 심각하다. 지난 11, 12일 부산에서 확진된 일가족 6명의 경우 그 중 1명이 다니는 직장으로 감염이 번졌다.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과 동구 보험회사로 이어지는 집단감염은 누적 확진자가 17명으로 늘어났으며, 북구의 또 다른 장례식장의 누적 확진자도 14명에 달한다. 충남 아산 보일러 제조공장은 지난 13일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감염자가 1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는 하루 200명 안팎에서 400명대로 배나 증가했다.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와 배치되는 현상이라 예사롭지 않다.

이런 마당에 백신 접종 기피 조짐까지 나타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다. 정부는 오는 26일부터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78만7000여 명분의 AZ 백신 출하를 승인했다. 하지만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종사자를 상대로 백신 수요조사를 한 결과 접종 희망자가 30%에 불과했다. 환자 보호자 역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밝힌 이가 많다고 한다. AZ 백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데이터를 동원한 정부의 홍보가 시급하다. 방치하다간 오는 11월까지 국민 70%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정부 계획 실현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이런데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한다며 책임을 병원과 시설에 미루고 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접종 주체는 보건당국이지 병원과 시설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접종에 대한 신뢰 역시 보건당국이 심어줘야 한다.

게다가 냉장고 온도계 등 백신 접종에 필요한 물품 마련에 차질을 빚는 병원과 시설이 있다는 소식도 들려 걱정을 더한다. AZ 백신을 접종하려면 백신 보관용 냉장고와 온도를 측정할 온도계는 필수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 방역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며 냉장고와 온도계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는 병원과 시설이 있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접종 시작 전에 대상 병원과 시설의 준비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미비점을 시정토록 해야 한다. 이미 백신 확보가 늦어 큰 혼란을 초래한 판에 접종까지 문제를 일으킨다면 국민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OECD 회원국 중 접종 꼴찌란 오명을 벗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