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당내 경선에 출마한 예비후보 TV토론을 시작했다. 스타트는 어제 국민의힘이 끊었다. 후보 4명간 1 대 1 토론회는 세번, 후보 모두가 참여하는 합동토론회는 한번 갖는다. 더불어민주당 토론회는 내일부터다. 민주당은 후보 3명이 전원 참여하는 토론회를 네번 예정하고 있다. 다음달 1일까지 보름동안 여야 각각 4차례의 토론회가 열리는 셈이다. 후보들이 가진 문제의식과 비전, 자질과 도덕성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여야 후보들은 예비경선 때부터 경쟁적으로 공약을 발표해왔다. 경제나 교통 분야를 비롯해 저출산, 육아, 청년, 주택, 도시계획 등 부산이 처한 각종 현안 대응책이 전 분야에 걸쳐 쏟아졌다.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도 가덕신공항, 한일해저터널, 2030엑스포특별법 등의 이슈를 띄워 지역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전에 못지 않다. 후보들의 말대로만 된다면 부산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 초일류 미래도시로 거듭날 정도의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불행히도 거의 없다. 그만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 암담한 부산의 처지를 생각하면 허황한 말잔치에 휘둘릴 여유가 없다. 후보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일단 내세우고 보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고민없이 적당히 좋은 말만 이어 붙인 것은 아닌지, 입신을 위해 아이디어 차원의 사안을 과대포장한 것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한다.

현재 경선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은 지역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결코 아니다. 7명 전원이 선출직이나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치면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은 공인이다. 선거 경험을 가진 이도 다수다. 이들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입으로 뱉는 백마디 약속보다 지나온 과거 행적이 사람의 진짜 얼굴과 실력을 훨씬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법이다. 유권자가 후보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판단도 엄밀하게 내릴 수 있다. TV토론회는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부산의 현재와 미래가 어둡다고 불만만 터뜨릴 일이 아니다. 백년대계를 설계할 인물을 뽑는 일에 시민도 관심을 가져야 도시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후보들의 말을 수동적으로 주워삼킬 게 아니라 정견 발표와 상호 토론의 이면에 숨어있는 행간을 읽고 유권자로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해야 한다. 부산시장 보선 예비경선은 유례없이 인신공격과 음해로 시작됐다. 23년만에 지방 권력을 잡은 여당 단체장의 성비위로 인한 선거이니 만큼 야당 후보들이 난립했던 탓이다. 경쟁은 하되 싸움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당의 후보를 결정할 본경선 무대는 부디 건전한 정책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장 보선은 부산시의 운명은 물론,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