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보궐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도가 높다. 보궐선거의 배경과 이후 진행 과정도 그렇거니와 서울과 부산, 대한민국 제 1, 2 도시의 시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그 자체가 유례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높은 관심만큼 내실이 있는 것일까?

이번 보궐선거로 선출되는 시장의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 약 1년 2개월이다. 그러나 2022년 6월 1일이 정기 지방선거일이라 사실상의 시장업무는 1년도 채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당선되는 시장은 다음 정기 선거에 유력한 후보일 수밖에 없다. 최소 선거일 수개월 전부터는 시장이면서 동시에 후보자인 셈이다. 4월 7일 선출되는 시장은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지만 구체적인 시정 파악과 주요 현안과제 추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채 1년도 안 되는 시장, 그 후보자들의 공약과 비전이 시민에게 얼마나 피부로 다가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인가. 서울 487억 5111만 원, 부산 205억 6683만 원, 총 693억 1794만 원의 비용을 두 지역이 부담해야 하는 선거. 당장 재정상태가 어려워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분납해야 하는 선거. 이 돈을 코로나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에게 쓸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무엇이 더 시민을 위한 것인가.

대통령의 경우, 궐위가 생겼을 때는 60일 이내 선거를 해 5년의 정규 임기가 보장된다. 이와 달리 시장·도지사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만 하게 되어 있다. 중앙정부 수장과 지방정부 수장의 선출방식이 다를 이유가 없다. 대통령은 국가운영의 책임자로서 궐위 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의 지속을 위해 원래의 임기를 그대로 유지하게 한다. 시·도운영의 책임자인 시장·도지사에게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 기초지방정부의 책임자인 시장·군수·구청장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은 다수로 구성되어 있고, 구성원이 동일한 임기를 수행해야 하므로 당연히 잔여임기 보장이 타당하다. 그러나 각 지방정부의 장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단 1명이다. 궐위가 될 경우의 공백과 비효율은 해당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산 1년, 서울 8개월의 대행체제에 이어 1년 임기의 시장을 수백억씩의 시민혈세로 선출하는 이 구조는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바꾸어야 한다. 조속히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번 4·7 시장 보궐선거가 ‘1년짜리’라는 말로 막중한 시정 수반의 자리가 희화화되는 것을 끝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안녕, 시장 보궐선거’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정당의 뿌리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 지역은 왜소하고 중앙은 비대하다는 점을 거듭 목도하게 된다. 이번에도 지역의 정당 구성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중앙당에 의해 규정이 정해지고 지역의 정당 구성원들은 그대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풀뿌리 당원들의 권리와 책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어떤 청년이 밑에서부터 지역민과 호흡하면서 미래의 시장으로, 정치지도자로 성장해가는 꿈을 가질 것인가.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해 상당 기간의 검증을 거치면서 미래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정당, 정치의 분권을 새삼 절감한다.

그래도 70일 남은 이번 시장 보궐선거는 가볍지 않다. 중앙집권과 수도권집중의 구조에서 부산은 특히 그렇다. 신공항 건설, 2030 엑스포 유치 준비, 동남권 메가시티 시동 등 당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1년 임기의 시장이지만 제대로 뽑아야 한다. 그래서 시민은 더 책임감 있게 이번 보궐선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안녕, 시장 보궐선거’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