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위기론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마침내 임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1학년도 새내기 모집에 나선 부산지역 15개 4년제 대학의 성적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는 대학은 불과 4곳에 그칠 전망이다. 무더기 미달 사태를 피하기 힘들다. 청년 인재들의 지역 대학 외면은 지역의 미래가 어둡다는 의미다. 경영난에 처한 지역 대학 중 다수가 수년 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놀랍지 않을 지경이다. 상권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대학의 역할과 책임 또한 막중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암울하다.

모든 것은 숫자가 말해준다. 지난 11일 마감된 지역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평균 경쟁률이 2.30 대 1에 그쳤다. 수험생 1명당 3곳의 대학에 원서를 쓰고, 복수 합격 때 1곳을 선택하게 돼 있어 산술적으로 최소 3 대 1은 돼야 겨우 정원을 채울 수 있으니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2019 학년도 4.20 대 1, 지난해 3.4 대 1이던 부산지역 정시 평균경쟁률이 올해는 낙폭이 확대되면서 2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국립대인 부산대(3.24), 부경대(3.08), 한국해양대(3.64)가 겨우 3 대 1을 넘겼고, 사립대 중에는 경성대(3.64)가 유일했다. 2019학년도 14곳, 지난해 9곳이 3 대 1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급락하는 추세다.

정시 모집 부진의 표면적 이유는 서울 수도권 선호 현상 심화와 학령인구 감소가 꼽힌다. 이달 초 수시 등록 결과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부산 15개 대학 수시등록률이 80.4%에 그치며 2019학년도 91.4%, 지난해 87.8%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4477명이 정시로 이월됐다. 지난해 3009명보다 1468명이나 늘었다. 정시이월 증가율이 48.8%로 폭증한 것이다. 반면 서울지역 37개 대학의 정시이월 증가율은 단 3.2%(82명)에 그쳤다. 지역 학생들의 서울행 심화를 방증한다. 올해 부산지역 고교 졸업생이 2만7529명에 그쳤지만 지역 대학 신입생 정원은 3만 3000여 명이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역 고교 졸업생 전원을 입학시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닥쳐 올 위기인 줄 알고도 혁신과 변화를 등한시한 대학들의 안일함에서 찾아야 한다. 일자리 부족과 수도권 일극주의 핑계를 대지만, 과연 남 탓만 할 때인가. 사립대들은 방만한 족벌 경영과 보신주의에 안주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개혁을 외면한 것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국립대 역시 옛 명성과 정부 지원에만 기댄 채 연구역량 강화 등 경쟁력 키우기에 소홀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과 미래에 특화된 경쟁력을 키우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자구노력을 하는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