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곧 사퇴할 예정이란 소식이다.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서다. 오거돈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성추문으로 사퇴했다. 그날부터 시장 권한대행으로 시정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행정부시장이던 변 대행이다. 앞서 지난 5일 경제부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사퇴했다. 변 대행이 사퇴하면 시장 권한대행의 대행과 경제부시장 직무대행이 당분간 부산 시정을 맡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진행형이고 가덕신공항 유치가 미완성인 부산이다. 큰 뜻을 품고 내리는 결단이겠으나 시정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영 마뜩잖다.

어쩌면 오 전 시장이 “한 사람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고 강제추행으로 인지했다”며 사퇴하는 순간 예견된 그림이었는지 모른다. 오 전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섰다. 염치 없는 일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이어 서울시장도 성추문으로 유고가 되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번복되었으니 유감이다. 변 대행은 민주당의 경선 일정에 맞춰 3월 8일인 공직 사퇴 시한보다 앞당겨 시를 떠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시민은 시장도 없고, 행정부시장이던 시장 권한대행도 없고, 경제부시장도 없어 시장 권한대행의 대행과 경제부시장 직무대행이 이끄는 시정을 보궐선거까지 겪어야 한다. 물론 권한대행의 대행과 직무대행이, 각 부서의 간부와 직원들이 비상한 각오로 공백을 메우리라 믿는다. 문제는 상처난 시민의 자존심이다. 지방정권의 교체로 부산에 새바람을 불어넣자고 선택한 시장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사퇴했다. 그는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지만 흔쾌히 사과를 받아준 시민이 누가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막상 선거가 코 앞에 닥치자 상처난 시민의 자존심 보단 정당의 셈법이 우선한다. 시장 권한대행과 경제부시장이 당을 달리해 경쟁하는 모양새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시민이 몇이나 될까.

변 대행도, 앞서 사퇴한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도 이런 시민의 마음을 헤아려 시민을 설득할 공약을 다듬어 시민의 표를 구해야 하겠다. 두 사람의 출사표가 진정이라면 더 큰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부산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가졌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이겨내고, 산업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민주화의 분출구가 됐던 부산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시민의 협조로 이겨내고 있다. 그 저력이 가덕신공항과 2030 엑스포를 유치하고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해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밑바탕은 시민의 힘이다. 4월 7일 표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