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갈 때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작은 돌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작은 것에도 크게 다칠 수 있는 게 하산길이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위보다 아래를 잘 살펴야 한다. 고개를 쳐들기보다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신의 체력 상태와 기후 상태 등을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에 따라 4시간 코스로 여유 있게 하산하는 길을 택할지, 2시간 코스로 빨리 내려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잘못 판단하면 내려오기도 전에 날이 저물 수 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서두르다 보면 꼭 사고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 8일까지다. 1년 4개월 남았다. 그러나 후임 대통령이 내년 3월 9일 선출되니 실질적으로는 1년 2개월 남은 셈이다. 여야는 올 9월~11월에 대선후보를 뽑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일 180일 전까지, 국민의힘은 선거일 120일 전까지 후보를 뽑도록 당헌에 규정돼있다. 후보가 확정되면 정국은 빠르게 대선판으로 바뀐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따라서 법적 임기와 관계없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임기’는 올해 말까지일 것이다. 사실상 1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아마 문 대통령은 마음이 바쁠 것이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의 심정이다. 이러면 급해진다. 때론 짜증이 난다. 어떤 때는 아예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 강력하게 빛을 내는 발광체는 아니라고 분석한다.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빛을 반사하는 유형이라는 것이다. 일이 술술 풀리고 박수를 받으면 힘내서 달려가는데 그 반대일 경우 역경을 뚫고 전진하는 돌파형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의 1년은 문 대통령에게 심리적으로도 힘든 1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문 대통령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읽는 것은 줄이고 만나는 것은 늘려라.

문 대통령은 책 읽기를 즐긴다. 보통 때도 관저로 퇴근하면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녁에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누가 누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저녁을 먹었다더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돌았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런 얘기가 사라졌다.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학교 동문이건 정치권 인사건 종교계 인사건 상관없다. 일단 만나라.

둘째, 최소한 분기에 한 번은 기자간담회를 해라.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분기에 한 번이다. 수시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외국 대통령의 모습을 꿈꾸는 것은 말 그대로 꿈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1월 14일 단 한 번이었다. 올 1월에도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올해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것인가? 기자들과 왜 만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도자가 국민과 소통하는 기본은 언론과 만나는 것이다. 올해는 분기에 한 번이라도 대통령이 기자들과 격의 없이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셋째, 적극 지지층을 넘어서라.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울타리에 갇히지 말라는 조언이다. 때로는 이들을 설득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민주당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행보하는 1년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현장에 자주 가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방역 현장, 산업 현장, 고통받는 삶의 현장…. 새해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네 가지다.

소종섭 시사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