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근무하면서 학부모님들에게 가끔 받는 난처한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필자의 전공 분야라면 시원하게 답변해드릴 수 있지만 이런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주 공부를 잘 했던, 수능 전국 수석을 할 정도의 분들에게 또는 그 분들의 부모님께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질문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어떤 분은 ‘선행학습’이라고 했다. 예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 어떤 분은 ‘집중력’이라고 했다. 종이가 뚫어질 정도로 공부에 집중했다는 말이다.

‘논어(論語)’에는 공자의 후계자가 된 증자(曾子)가 한 말이 있다. 증자는 공자의 핵심 인물 4인(안연 자사 증자 맹자)에 선정될 정도로 인간적으로 학문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매일 자신이 “복습했는지”를 반성해본다고 했다. 필자는 이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고 공감한 적이 있다. 고금을 막론하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 이외에 달리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맹자(孟子)가 말한 공부의 기술에 대해 가장 공감하고 있다. 이것은 곧 자식의 공부를 위해 좋은 교육 환경을 찾아다녔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로 잘 알려진 맹자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양고전에서 ‘맹자’는 ‘논어’ 다음으로 유명하지만, 올바를 의(義)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논어’보다 설명이 상세하다. 분량도 ‘논어’의 2배 이상이다. 어떤 분은 말을 잘하려면 ‘맹자’를 읽으라고 권한다. 이런 말에 동의한다. 여름 소나기같이 시원하고 막힘없는 그 논변을 누가 따라 갈 것인가? 한편, 한문 실력을 늘리려면 특히 ‘맹자’ 원문을 반복해서 읽으라고 강조하는 학자도 있다. 정치사상을 전공하는 필자도 ‘맹자’ 번역서를 낸 적이 있는데, 가끔 독자들로부터 ‘맹자’에서 가장 중요한 한 단어 또는 한 문장만 간단하게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들은‘“역성혁명’, 이런 대답을 기대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맹자가 역성혁명에 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결코 그것을 ‘맹자’ 정치사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없다.

‘맹자’의 실질적인 저자는 맹자 어머니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맹자의 사상은 그의 어머니 생각에 연결되어 있다. ‘맹자’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자식이 외국어를 잘하게 하려면 그 외국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시장에 두면 된다고 했다, 전망이 좋은 집을 지으려면 높은 언덕에 짓고, 저수지를 깊게 파려면 저지대에서 공사를 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맹자에게 공부를 잘하는 비결을 묻는다면 그는 당연히 공부 잘 하는 사람 옆에 두면 될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 하는 그대로 따라 해라”는 말이다.

그러면 정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맹자의 대답은 분명하다. “정치를 최고로 잘 했던 왕이 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해라.” 이것이 ‘맹자’를 일관하는 핵심이다. 필자의 짐작으로는 필시 이런 맹자의 사상은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맹자’에는 최고로 정치를 잘 했다고 하는 순(舜)임금과 문왕(文王)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요순(堯舜)시대’라는 말은 최고로 정치가 좋았던 그 시절을 말하는데, 바로 그 주인공이 순(舜)임금이다. 문왕은 공자의 이상국가 주(周)나라가 있게 했던 인물이다. 그런 순임금이나 문왕이 했던 그대로 하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다. 맹자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만나는 제후국의 군주들에게 천하를 통일할 야망을 가졌다면 순임금이나 문왕을 표준으로 삼고 그들이 했던 그대로를 따라 하라고 권고했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득했다. 완벽한 삼각형을 그리려면 삼각자를 사용하면 되고, 완벽한 원을 그리려면 원을 그리는 컴퍼스를 사용하면 되듯이, 완벽한 모델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는 것이 맹자가 각국의 제후들에게 역설했던 최고의 정치를 하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맹자의 이런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군주는 거의 없었다. 다만 한 명의 군주가 맹자의 말에 감명을 받아서 맹자에게서 들은 그대로 실천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주위의 신하들이 만류했다. 맹자가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고 쉬운 것이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맹자’를 도덕 교과서로 기대하고 접하는 경우가 많다. ‘맹자’를 언급하면 곧장 성선설(性善說)과 호연지기(浩然之氣) 같은 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다만 ‘맹자’의 기초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에서 최고로 좋은 사례를 찾아서 본받아 어진 정치, 인정(仁政)을 하라는 충고가 주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맹자’는 공부와 말을 잘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물론 특히 현실정치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부남철 와이즈유 자유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