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우리의 삶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현재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백신이 상용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월부터 시작할 예정인 바, 올해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소망한다.

지난해 코로나19는 현대 인류 문명을 집어 삼켜버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11일 세계적인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해 동안 220개 국가 8200만 명 감염자와 180여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제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의 사용이 집단면역을 가져온다면 감염의 공포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되찾아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는 ‘언택트’를 초래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제한하고 현대 문명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구(구성, 이민, 도시화), 자원(에너지, 식량), 기술과 정보, 경제(발전, 세계화, 노동, 공급망), 안보(비전통 안보영역)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 보건, 환경, 사이버와 같은 비전통 신흥 안보 쟁점이 급부상하고,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은 국제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자국 중심으로 회귀하면서 다자주의 글로벌 국제제도가 전혀 기능하지 못했다.

코로나는 한반도 정세를 멈추어 세웠다. 코로나가 북한 경제에 미친 영향은 기존 대북 경제제재보다 크다. 전년 대비 북중 무역량은 2019년의 경우 57% 감소였지만, 2020년의 경우 73%가 감소했다. 북중 국경봉쇄는 북한의 시장을 위축시켰는데, 북한 경제는 코로나, 경제제재, 태풍 피해의 삼중고를 겪었다.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통일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까지 교역 건수는 42건으로 2018년의 699건, 2019년 434건에 비해 매우 낮아 사실상 남북교역이 중단되었음을 의미한다.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 비핵화 협상 등의 아젠더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 뒤로 밀려났다. 국민의 관심도 이 주제로부터 멀어졌다. 지난해 6월 민주평통이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이와 관련된 비관적인 국민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코로나에 대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정치체제와 이념을 공격하고 중국을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분리시키면서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 되었지만, 중국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전기차, 양자 컴퓨터, 5G 통신장비 등 첨단기술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시민의 신상정보와 이동정보를 기록하는 엄격한 QR 건강코드를 실시하면서, 시진핑 개인 권력은 강화되었고 중국 공산당의 디지털 통제력은 공고해졌다. 지난해 1분기에 -6.8%로 하락한 GDP 성장률이 4분기에는 8% 성장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V’자 회복을 달성했다. 지난 10월 제19기 5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식화된 ‘쌍순환 발전전략’은 미중 간 경쟁의 장기화에 대비해서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첨단기술의 국내 시장 조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방한과 한한령 해제를 통한 한중관계의 복원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다시 한 해 연기되었다.

2021년 상반기에 예정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진용 구축, 북한의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등은 코로나가 초래한 불확실성을 거두고 한반도 정세의 가시성을 찾게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국제체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우선적인 외교정책의 과제가 바이든에게 놓여 있다. 이달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에 따라 훼손시켰던 글로벌 거버넌스, 동맹 관계, 이란핵협정, 파리기후 협약, WHO 등을 복원할 것이다. 2021년은 포스트 코로나의 첫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이나 기후변화 징후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전통적인 강대국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접근법을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며 얻은 새로운 지혜로 인류가 한 걸음 전진하는 2021년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