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되고 멈추고 흩어지면서 망가져 버린 우리 경제를 남겨두고 2020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신축년 새해는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상처투성이의 부산경제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보다는 절망감을 던져주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했던 부산, 세계적인 항만으로 대한민국 수출의 관문이었던 부산이 30여 년간의 긴 수렁을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작은 지방도시로 추락해 희망이 없는 도시로 각인되고 있다. 한마디로 꿈이 없는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소강사회의 꿈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해이다. 중국공산당이 창당된 1921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금년을 중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의 꿈을 강조하면서 주목해 왔다. 1978년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기치로 개혁개방을 시작해 인내와 혁신을 의미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정신으로 30여 년만에 경제 규모를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려놓고, 최근에는 미중 패권 다툼을 할 정도로 자기 주도적인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위치까지 도달했다.

중국은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적극 유치해 세계의 공장으로 나아가 막대한 자본과 시장을 지닌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중국의 숨은 잠재력이 서구의 풍부한 자본과 기술을 만나 30여 년 동안 경제강국의 기틀을 꾸준히 다진 결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부산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 꿈과 희망의 역동적인 도시였던 부산이 청년들이 떠나는, 아니 머물 수 없는 쇠락한 도시로 변모하면서 위상과 지위마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제 제2의 도시라는 명성이 어색할 정도다.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도시보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남해와 수산자원이 풍부한 동해를 끼고 있으며,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빼어난 절경의 도심 5개의 해수욕장과 온화한 기후 등 자연환경으로는 세계 제1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그리고 호주의 시드니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다. 어디 이뿐인가? 대한민국 최대의 항만과 더불어 인근 울산에는 월드 클래스 조선소와 자동차회사 등이 있으며, 경남에도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즐비하다. 부산은 이들 지역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를 주도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한편 부산은 새로운 비상을 위하여 대한민국 관문공항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성장에 빠진 대한민국 발전의 전기가 될 수 있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미래성장 잠재력의 확보와 고용 창출을 위한 한국판뉴딜과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균형뉴딜정책의 중심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부산 경남 울산을 묶은 메가시티 구상은 4차 산업혁명시대, 네트워크가 핵심인 미래사회에서 부산 발전과 함께 부울경,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모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산은 무한한 잠재력과 30년 만에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새해에는 부산경제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부산이 꿈과 희망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더욱이 부산경제를 지배하는, 일부 소수의 여론을 주도하는 기득권층이 누려온 철옹성을 과감히 포기할 때 새로운 부산이 펼쳐질 것이다. 부산이 한동안 망각한 개방성과 선도성 그리고 역동성의 가치를 복원할 때 부산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이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산학관 협력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역의 흩어진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부산은 이미 해양산업를 포함해 영상영화, 금융산업이 혁신산업으로 상당한 토대가 구축돼 있다. 이들 산업이 해운대의 일출처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유니콘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광양회의 정신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부산의 꿈(Busan Dream)을 위해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젊은이들이 전 세계로부터 부산으로 몰려올 것이다. 따라서 금년이 부산의 꿈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경제 굴기(崛起)의 원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포럼 회장